대장암 수술 받은 57세 공격수 펄펄
68세 최고령 출전 선수 건재함 과시
시어머니·며느리 ‘찰떡호흡’ 진풍경
승패 떠나 하나 된 응원 목소리 감동
대장암 환자가 공격수로 맹활약하고, 68세 주부는 젊은 선수들을 압도하며 펄펄 날았다.
24일 용인시 원삼면 용인시축구센터에서 개최된 ‘2015 줌마렐라 축구 페스티벌’ 경기장 광경이다.
대회장에는 나이도 사연도 제각각인 32개 읍·면·동팀 780명 여자 축구선수들이 모여 지난 1년여 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뽐냈다.
오전 10시께, 5개 구장에서 동시에 경기가 시작되자 관중석에서 큰 함성과 함께 선수들보다 더 뜨거운 응원전이 펼쳐졌다.
자녀들과 남편, 친정과 시댁식구가 총출동했고, 동네 주민들도 옆집 아줌마가 뛰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했다. 대장암 수술을 받은 주부에 68세 최고령 주부, 다문화 가정 주부, 같은 팀으로 출전한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관심을 끌었다. 어려운 환경이지만 축구를 통해 꿋꿋이 이겨내고 새 희망을 찾은 듯했다.
이순애(57·성복동팀)씨는 2년전 대장암 수술을 받았지만 공격수로 맹활약했다.
이씨는 “2013년 대장암 수술을 받은 뒤 몸이 많이 좋지 않았는데 축구를 하면서 건강도 많이 좋아졌다”며 “축구가 끝나고 나면 선수들끼리 화기애애한 분위기도 좋아 건강회복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68세 최고령 선수인 최희숙(풍덕천1동)씨는 “비록 나이가 들었지만 아직도 건재하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축구를 택했다”며 “줌마렐라 축구가 세대 간 갈등을 해소하고 주민화합의 장이 되고 있다”고 했다.
강규옥(59)씨는 며느리 최정미(34)씨와 함께 상현2동팀 선수로 뛰었다.
강씨가 “며느리와 함께 축구를 하면서 서로를 더욱 알게 되는 계기가 되어 마음이 뿌듯하다”고 하자 며느리 최씨도 “고부간 갈등은 우리에게는 없는데 축구를 하면서 시어머니와 더욱 가까워졌다”고 화답했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은 줌마렐라 축구 페스티벌은 승패를 떠나 용인시민들의 화합과 희망의 한마당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1천500여명이 지켜본 개막식에는 정찬민 용인시장과 신현수 용인시의회 의장, 이우현·김민기·이상일·백군기 국회의원, 도의원, 시의원이 총출동해 아줌마 선수들과 응원단을 격려했다.
축구사랑이 남다른 정 시장은 “줌마렐라 축구 페스티벌이 우리 시민들의 소통과 화합에 소중한 자리가 됐다”며 “선수들은 승패를 떠나 그동안 쌓은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면서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함께하나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축제였지만 환호와 탄식 속에 승패도 갈렸다.
우승은 죽전1동팀이, 준우승은 남사면팀, 공동 3위는 양지면·동백동팀이 각각 차지했다.
예선 탈락 팀들은 승부차기 이벤트를 하며 축제의 장을 끝까지 함께 했다.
용인/홍정표기자 jp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