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4% 극심한 체감 실업률 ‘금·흙수저’ ‘n포’ 표현
프레임 다툼보다 정책 논의 등 담론으로 활용해야
젊은층 “탈조선만이 최선” 정치적 대안 찾기 포기
투표 외면=사실상 자학… 선거참여로 목청 키워야
최근 ‘헬조선’이라는 신조어가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헬조선은 지옥을 뜻하는 ‘헬’(Hell)과 우리나라를 뜻하는 ‘조선’(朝鮮)을 합해 만든 말로, 우리나라가 지옥에 가깝고 전혀 희망이 없는 사회라는 의미다.
주로 청년세대에서 많이 쓰고 있다. 이 단어를 놓고 ‘무기력한 비관주의’라는 비판의 목소리와 ‘청년세대 현실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는 이해의 목소리가 교차하고 있다.
# 신조어로 본 청년 문제
헬조선과 비슷하게 쓰이는 신조어들도 최근 들어 속속 등장해 온라인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태어날 때부터 이미 사회적 계층이 나뉜다는 ‘금수저·흙수저’, 기성세대가 청년에게 하는 조언이나 충고를 비꼬는 ‘노오력’ 등이다.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20~30대를 지칭하는 ‘삼포세대’는 최근 ‘5포’(취업·주택 추가), ‘6포’(인간관계 추가)를 넘어 ‘n포’(무한대로 포기한다는 의미)까지 확장됐다.
이 같은 신조어들이 쏟아지는 배경에는 심각한 청년 실업 문제가 있다. 통계청이 조사한 올해 1~8월 청년층(15~29세)의 공식 실업률은 9.7%이지만, 같은 기간 한국경제연구원이 분석한 청년층 체감 실업률은 22.4%로 통계청 조사보다 2.3배나 높았다.
체감 실업률이란 임시직·일용직 등의 불완전취업자, 취업준비자, 구직단념자 등을 실업자로 보고 계산한 실질 실업률이다.
또한 교육을 받지 않고 있으면서, 취업 또는 직업훈련을 하지 않고 있는 사람을 의미하는 ‘니트(NEET)족’의 규모도 올 3월 기준 20대 생산가능인구 635만4천명 가운데 147만3천명(23.1%)에 달한다는 통계 조사도 있다. 니트(NEET)는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줄임말이다.
신조어가 한국사회의 청년 문제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정부와 국회 등 정치권에서 정책의제를 설정하게 한다는 차원에서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자칫 신조어가 청년 문제의 본질을 흐리면서 부정적인 측면만 두드러지거나 소위 ‘프레임 싸움’에만 몰입하게 하는 ‘양날의 칼’이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헬조선’에서 파생돼 이민을 뜻하는 ‘탈(脫)조선’이란 말도 SNS에 자주 등장하는 신조어다.
백승국 인하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최근 청년 문제와 관련한 신조어가 SNS상에서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단어의 감각적인 측면만 소비되는 경향이 있다”며 “단어의 의미가 어떻게 부여됐는지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사회 담론이 형성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 신조어를 넘어 정치 참여로
신조어로 상징되는 청년 문제가 사회 이슈화되면서 결국 해법은 정치에서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강준만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올 9월 출간한 ‘청년이여, 정당으로 쳐들어가라!’에서 “현 단계에선 정치를 사랑하는 것 외에 다른 탈출구는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년들 사이에 팽배한 정치혐오 인식에서 벗어나 청년의 관점에서 정치를 보자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 참여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선거에서 청년층 투표율은 여전히 저조한 상황이다. 지난해 6·4 지방선거 나이별 투표율을 보면, 인천(평균 투표율 53.1%)에서는 30~34세가 41.5%, 25~29세 43.2%, 35~39세 46.4% 등 순으로 낮았다.
경기도(평균 투표율 53.3%)는 25~29세가 42.1%, 30~34세 42.8%, 35~39세 48.7% 등의 순으로 투표율이 낮았다. 반면, 경기도와 인천 모두 60~69세 투표율이 70%를 넘었다.
강준만 교수는 앞서 언급한 책에서 “그간 청년들은 투표 행위가 주는 이득보다 투표를 하기 위한 비용이 크다는 생각으로 투표를 포기하는 이른바 ‘합리적 무시’를 해왔지만, 이젠 합리적 무시로 보긴 어렵고 자학에 가까운 무시로 봐야 옳다”고 했다.
청년들이 말하는 ‘헬조선’에서 투표를 하지 않는 것은 ‘자학’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청년층 목소리를 국회에서 담아낼 이른바 ‘2030세대’의 제도권 정치 진출 확대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2012년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각 정당이 청년 비례대표 후보들을 내세워 30대 의원 6명이 원내에 진출했으나, 청년층을 대변하기엔 아직 부족한 숫자라는 평가도 있다.
임기웅 인천청년유니온 정책팀장은 “헬조선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이 탈조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서 정치가 얘기되지 않고 있다”며 “결국 개인의 문제가 아닌 청년세대가 모여 정치의 영역에서 목소리를 키워야 청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