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정규직 노동·취업난 심화
권리조차 지켜지지 않는 삶
SNS 퍼지는 분노와 무력감
변화 위한 청춘들의 ‘움직임’
“왜 한국을 떠났느냐. 두 마디로 요약하면 ‘한국이 싫어서’지. 세 마디로 줄이면 ‘여기서는 못 살겠어서’. 무턱대고 욕하진 말아 줘. 내가 태어난 나라라도 싫어할 수는 있는 거잖아.
그게 뭐 그렇게 잘못됐어?
내가 지금 ‘한국 사람들을 죽이자. 대사관에 불을 지르자’고 선동하는 게 아니잖아? 무슨 불매운동을 벌이자는 것도 아니고, 하다못해 태극기 한 장 태우지 않아.”
올해 20~30대에게 가장 화제가 된 소설은 동아일보 기자 출신 소설가 장강명 씨가 쓴 장편소설 ‘한국이 싫어서’이다. 올 5월 출간된 이 소설은 3개월 만에 1만 부 이상 팔리며 베스트셀러 대열에 합류했다. 심각한 취업난에, 비정규직 노동에 허덕이는 이른바 ‘2030세대’의 서글픈 자화상을 생생히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소설 속 주인공 ‘계나’는 가난한 집의 세 자매 중 둘째로 태어난 20대 후반 여성이다. 그는 종합금융회사 신용카드팀 승인실에 겨우 취직해 ‘꾸역꾸역’ 근무를 하다가 매일 반복되는 출퇴근 ‘지옥철’을 참지 못하고, 일의 의미도 찾지 못해 결국 사표를 제출하고 호주로 떠난다.
호주행을 극구 말리는 가족과 남자 친구, ‘외국병’에 걸렸다며 비아냥거리는 친구들에 대해 계나는 이렇게 읊조린다.
실제로 최근 청년층을 중심으로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서는 ‘헬조선’이란 말이 유행할 정도로 청년 문제에 대한 분노나 무력감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해답이 과연 소설 속 계나처럼 ‘한국이 싫어서’ 떠나는 것일까.
지난해 6·4 지방선거 때 비례대표 인천시의원으로 출마한 경험이 있는 대학원생 진달래(28·여) 씨는 “정상적인 사회에서 자기 권리를 지킬 수 있으면 정치에 관심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자신의 삶이 지켜지지 않기 때문에 정치로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12년 총선에서 20~30대 청년들이 일자리와 대학등록금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겠다며 ‘청년당’을 결성해 지역구 3명, 비례대표 4명의 후보를 냈다. 하지만 정당 지지율 0.34%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으며 사라지고 말았다.
내년 제20대 총선을 앞뒀지만, 청년의 정치 참여는 여전히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기성 정치권의 높은 진입 장벽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고, 청년층의 저조한 투표율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청년 문제를 꼭 청년만 해결할 수 있는가’라는 반문도 나온다. 하지만 한 세대에서 발생한 문제는 세대 당사자가 주도적으로 풀자는 ‘청년 정치’에 대한 요구가 청년 세대 사이에서 또다시 높아지고 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