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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가 핵가족시대로 변모하면서 임신·출산·육아 문제는 맞벌이 부부에게 구조적으로 ‘슈퍼 육아 부모’를 요구하지만 언제든지 주변 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경기도모유수유아동선발대회 모습.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사회가 모성애 강요” 수십년전 나혜석 글 조명
넘쳐나는 박람회… ‘슈퍼 부모’ 요구하는 현실
혼자 감당하기보다 주변·전문가 도움 청해야


‘자식이란 모체의 살점을 떼어 가는 악마라 정의한다’ - 나혜석 ‘모(母)된 감상기’ 중.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인 나혜석(1896~1948)은 육아의 고통을 이렇게 표현했다. 잠 없이는 살 수 없는데 잠을 빼앗아가는 자식보다 더한 원수는 없을 것 같다면서 한 말이다.

그는 ‘모(母)된 감상기’에서 주목받던 예술가로서의 삶이 갑작스러운 임신과 출산, 육아 등으로 헝클어져 버린 심리를 묘사했는데, 내면에는 여성에게만 지워진 임신·출산·육아의 짐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하지만 ‘자식=악마’라는 표현 때문에 당시 지식인 남성들로부터 공격을 받았는데 나혜석은 모든 어머니가 모성애를 가진 것은 아니며, 사회가 여성에게 모성애를 강요한다고 맞섰다.

이후 1926년 1월 3일 일간지에 기고한 ‘내가 어린애 기른 경험’에서는 자신의 육아방법을 담담한 필체로 솔직하게 그렸다. 4시간에 한 번씩 모유를 수유하는 경험부터 아이 운동방법, 언어교육 등을 소개했다.

나혜석은 말미에 “부모된 자는 반드시 그 시대 시대를 이해할 만치 공부하기를 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상과 같이 냉정한 태도로 자연에 맡기어 아이를 길러 간다”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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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전문가들은 수십년전 써내려간 나혜석의 글에서 현대사회의 부모들이 겪는 육아 스트레스가 그대로 들어 있다고 한다. 과거의 대가족 사회에서 육아는 공동의 몫이었다.

조부모 세대들이 잠깐씩 아이를 봐주는 시간이 여성들에게는 꿀맛 같은 ‘휴식’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육아 휴식시간에는 다른 가사노동에 내몰리지만 육아로 인한 스트레스에서는 잠시 해방된다.

핵가족 사회로 변모하면서 육아는 부모 또는 오롯이 아내 또는 남편의 몫으로 변모했다. 아이를 잠시 조부모에게 맡길 수 없는 구조 속에서 점점 ‘슈퍼 육아 부모’를 요구하는 사회가 된 것이다.

한 육아 전문가는 “자식이 악마까지는 아니더라도 감당할 수 없는 커다란 존재로 보여 육아 우울증을 호소하는 부모들이 많다”며 “육아에 문제가 발생하면 자연히 부부사이 역시 멀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육아와 관련한 쇼프로그램이라든가 인터넷 카페, 육아 관련 박람회 등이 넘쳐나면서 현대사회의 부모들은 점점 ‘슈퍼 맘(파파)’이 되기를 요구받고 있다”며 “육아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냉정히 설정해야 한다. 육아는 혼자의 몫이 결코 아니다. 언제든지 주변 또는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욱기자 kmw@kyeongin.com · 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