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도·정량등 고른품질 위한 노력불구
10번 만들면 서너잔 불만족 그냥버려
“개업 1년째지만 아직 배울것 많아”
본사에서 원두 받아쓰는 프랜차이즈
직접 볶는 가게들보다 신선도 떨어져
홍순채씨에게 커피를 한 잔 부탁했다.
그는 수원 인계동에서 커피숍을 운영한다. 오전 11시 30분, 그의 커피숍은 커피 볶는 냄새로 가득 차있다. 로스터기로 커피를 볶은 직후였다. 뜨겁게 달궈진 로스터기 주변으로 커피 껍질이 날렸다. 커피향에서 밀도가 느껴졌다. 묵직하면서도 익숙하고, 따뜻한 커피향이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혔다.
홍씨가 주문한 커피를 만들기 시작했다. 커피 한 잔을 완성하기까지 꽤 복잡한 공정을 거쳤다. 먼저, 커피콩을 그라인더에 넣고 간다. 포터필터에 정량의 커피 가루를 담는다. 평평하게 담고 템핑한다. 템퍼로 포터필터 안의 커피를 꾹 눌러주는 과정이다. 에스프레소 머신에 포터필터를 장착하고 추출한다.
처음 추출한 에스프레소를 한 쪽으로 치우더니 다시 추출한다. 사람 손이 아닌 기계로 커피콩을 볶고, 갈고, 저울로 커피량을 재고, 추출기를 사용하니 누가 해도 똑같은 커피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지만, 홍씨는 “같은 사람이 해도 매번 다른 커피가 나온다”고 말했다.
“에스프레소를 10번 추출하면 그 중에서 마음에 들게 나오는 건 6~7번 정도고, 정말 맛있다고 느낄만한 건 3번쯤이에요. 서너 잔은 그냥 버리죠. 제 실력이 부족해서 이기도 하겠지만, 커피 맛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많아요.”
그는 그날 그날 날씨에 따라 커피 볶는 시간을 결정하고, 분쇄된 정도에 따라 커피량을 조절하고, 실내 온도에도 신경을 쓴다. 커피숍을 개업한 지 1년이 지났지만 그는 아직도 배워야 할 게 많다고 한다.

홍씨는 도자기를 굽는 아내와 함께 홍차 가게를 운영하다 커피전문점으로 업종을 바꾸었다. 그저 커피를 즐겨 마시던 그가 바리스타가 되기로 결심한 것은 ‘정말 맛있는 커피를 한 번 맛보자’는 생각에서였다. 이름난 바리스타를 찾아가 커피를 배웠다.
국내 1세대 바리스타로, 홍씨에게 직화식 로스팅을 가르쳤다. 생두를 볶을 때 불의 열기가 직접 닿는 방식의 직화로스팅은 품종의 특징을 최대한 살린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고른 맛과 품질을 유지해야하는 커피전문점에서는 이 방식이 적당하지 않았다.
요즘은 1kg짜리 로스터기로 하루나 이틀에 한 번씩 로스팅을 한다. 대개의 음식과 마찬가지로 커피도 신선한 게 맛 있는 법이니 그는 자주 로스팅을 하되, 일정한 품질의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기 위해 많은 정성을 기울인다.
“이 정도 커피라면 사람들이 좋아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서 커피숍을 차렸어요. 그게 자만이라는 걸 깨닫기까지 6개월도 안 걸리더라고요.”
개업 초기에 홍씨의 커피를 마신 손님이 로스팅이 잘못됐다고, 구체적으로 너무 일찍 기계에서 원두를 꺼냈다고 지적한 경험이 그에게는 큰 가르침이었다. 부끄러운 기억이지만 커피 맛을 아는 손님들을 만나면 반갑다.
“저부터도 커피를 알고 나니 모르고 마실 때보다 훨씬 풍부한 맛을 즐길 수 있었어요. 기왕에 커피를 마시는 분들은 다양한 커피를 접해보고, 커피를 마시는 동안 행복감을 느끼면 좋겠어요.”

홍씨는 사람들과 커피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자주, 당혹스러울 때가 있다. ‘나는 ○○○에스프레소 아니면 안마셔’라고 말하는 외골수를 만나거나 정체불명의 커피이론을 접했을때, 혹은 커피가 위험하게(?) 활용되는 경우를 볼 때가 그렇다.
“한번은 가게에 오신 손님이 생두를 좀 팔라고 하길래 이유를 물었더니 다이어트용으로 먹겠다는 거예요. 볶기 전의 생두는 먹을 게 못돼요. 멀리서 수입해 오느라 정말 더럽거든요.”
그는 신선한 커피를 마시려면 프렌차이즈는 피하라고 조언했다.
“인생커피라고 할 만큼 맛있게 먹었던 커피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바리스타의 이름을 걸고 만든 커피숍에서 마신 커피였어요. 그런데 매장 수가 늘어나니 맛이 변하더라고요. 프랜차이즈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에요. 매장에서 자주 볶아서 쓰는 원두랑 대량 공급받는 원두가 같을 수는 없죠.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넘쳐나는 가운데 작은 커피숍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기도 하죠.”
마침내 홍씨가 커피를 건네주었다. 꽃무늬를 그려 넣은, 잔입술을 도톰하게 빚은 찻잔에 우유 거품이 넘칠 듯 소복하게 담겨 있다. 카페라떼의 우유 거품을 한 스푼 떠서 입에 넣으니 폭신하다. 어느새 점심 식사를 마친 사람들이 하나 둘 카페 안을 채우고, 바리스타 홍 씨의 오늘 하루가 바빠지기 시작했다.
/민정주기자 zuk@kyeongin.com · 사진/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