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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값싼 원료·노동력 이용 폭리 만연
커피 한 잔당 생산자 손엔 ‘20원’뿐
유통과정 없앤 직거래로 해답 제시


“저는 여러분 지역의 사람들에게 당신들이 즐기는 음료가 우리에게 발생하는 모든 문제의 원인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땀 흘려 생산한 커피의 대가로 아무것도 얻지 못합니다.”

우간다에서 커피를 재배하는 한 농민이 남긴 말이다. 세계 경제는 위기를 거듭하면서도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흔히 제 3세계로 분류되는 아시아·아프리카·중동·라틴아메리카 등지의 일부 빈곤한 국가들은 여전히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넘는 27억 명이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살고 있다는 세계은행(World Bank)의 분석은 더 이상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한 개념이 ‘공정무역(Fair Trade)’이다. 공정무역은 원료를 만들고 생산하는 쪽보다 이를 사들여 상품으로 만들고 유통하는 쪽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돼 있는 무역 구조가 불평등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다국적 기업 혹은 선진국의 경우 더 높은 수익을 얻고자 값싼 원료와 노동력을 이용해 폭리를 취하고 있으며, 정보가 부족한 빈곤국가의 생산자들에 대한 노동력 착취는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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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간다 남동쪽 음발레 지역 주민들이 결성한 구무띤도 커피협동조합. /아름다운커피 제공

1980년에서 1999년 사이 세계 무역량이 3배가 넘게 성장한 데 비해 가난한 나라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절반 가까이 줄었다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의 발표는 무역의 불균형한 단면을 보여준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공정무역이다.

한 경제연구소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전 세계 커피 소비량 6위에 올라 있으며,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484잔에 달한다. 국민 전체가 1년 내내 매일같이 한 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고 있는 셈이다.

커피는 전 세계적으로 거래량이 많고 이윤이 높은 무역 상품 중 하나로, 지구 상에서 석유 다음으로 높은 거래량을 보인다. 이 때문에 커피를 ‘검은 황금’으로 부르기도 한다.

세계 10대 커피 생산국으로 브라질·베트남·콜롬비아·인도네시아 등이 있다. 주요 커피 생산국들의 연간 평균기온은 18~22℃로 유지돼야 하며, 건기와 우기가 구분되는 기후환경을 지니고 있다.

보통 2~4개월의 성장기간을 거쳐 열매를 수확하고, 과육을 벗겨낸 커피 씨앗을 밤새 발효시켜 세척 한 뒤 햇볕에 건조 시킨다. 이후 껍질을 벗기면 비로소 수출이 가능한 생두가 되며, 이를 볶을 경우 흔히 볼 수 있는 원두가 된다.

커피 한 잔을 만들어내는 데는 100여 개의 커피콩이 필요하며, 현재 우리가 마시는 커피 한 잔의 평균 가격은 4천 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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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간다 남동쪽 음발레 지역 주민들이 결성한 구무띤도 커피협동조합. /아름다운커피 제공

하지만 이 중 생산자에게 돌아가는 가격은 유통비 등을 제외하면 고작 0.5%인 20원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열악한 생산 과정과 노동력에 비해 대가는 턱없이 부족한 셈이다. 이에 생산자의 노고를 더욱 인정해주고자 나온 커피가 공정무역 커피다.

공정무역 커피는 다국적 기업이나 중간 상인을 거치지 않고 제 3세계 커피 농가에 합리적인 가격을 직접 지불하고 사들이는 커피를 말한다. 또 커피콩의 최저가격을 인정해주고, 지역공동체의 발전을 위한 공정무역 발전기금을 보장한다.

이를 통해 생산자는 이익을 높일 뿐 아니라, 일회성 거래기금이 아닌 장기간 계약을 통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을 얻게 된다.

국내에서는 ‘아름다운커피’, ‘YMCA 피스커피’, ‘iCoop생협 연합회’, ‘두레생협 APnet’, ‘기아대책 행복한나눔’, ‘한국공정무역연합’, ‘페어트레이드코리아 그루’ 등의 공정무역 단체들이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공정무역 커피 원두는 직거래이기 때문에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으로 원두를 구매할 수 있다. 중간 수수료를 줄일 수 있어 커피 농가에서는 높아진 수익을 통해 고품질의 커피 원두 생산에 더 힘을 쏟을 수 있게 된다. 공정무역 커피 원두가 ‘착한 커피’라 불리는 이유다.

지난 2002년 공정무역을 처음 시작해 국내 대표 단체로 활동 중인 아름다운커피 관계자는 “공정무역을 통해 제품 판매 뿐 아니라, 교육과 지원을 병행하는 노력도 하고 있다”며 “생산자들이 보다 품질을 높이고 역량을 키워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고 밝혔다.

/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