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로 잇는 문화혈맥’ 기획에 대해…
국내 언론사 최초 집중연재, 변화 이끌어내는 신호탄 기대
실패사례까지 다루지 못한 부분과 지적·분석은 다소 아쉬워
비케이 안… 기업의 현실적 욕구 찾아내 기부에 따른 보상·예우 뒷받침 절실
김태진… 복지분야와 달리 공감대 형성 어려워… 기업들에 명분 제시해야
김윤미… 개인기부는 음악·미술과 친해지도록 해야 ‘후원의 중요성’ 인식
김대현… 광범위한 문화, 분야별 사례 적용으로 ‘기부유치 전략’ 마련해야
조광연… 공공기관 후원자 관리 제대로 안돼 체계적 시스템 구축 중요과제
김대현… 1~2년 주기로 바뀌는 문화재단 담당자 ‘5년 보장’ 제도개선 필요
조광연… 열정만 갖고 추진하기엔 결과물 부담… 후원분야 전문가 키워야
김태진… 기부도 하나의 네트워크… 이미 ‘기부를 하고 있는 사람’이 희망
김윤미… ‘다담’과 같은 공간이 또다른 후원 이끌어내는 견인차 역할할 것
비케이 안… 기부목적에 인간의 욕구 접목할때 엄청난 산업의 한축으로 성장
그 마지막 순서로 지난 23일 오후 경인일보사 3층 소회의실에서 ‘문화기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주제로 전문가 간담회가 열렸다.
조광연 경기문화재단 문화이음사무국 부장, 김태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화예술후원센터 팀장, 김윤미 문화상회 다담 대표, 비케이 안(Bekay Ahn) 한국기부문화연구소 소장, 김대현 벤타코리아 대표이사가 참석했다.
문화기관 기부관련 업무 담당자, 기부문화 전문가, 9명의 예술가를 후원하는 기업가로서 이들은 문화기부에 관한 발전적인 대안을 찾고자 허심탄회하게 각자의 생각을 공유했다.
간담회 진행을 맡은 윤인수 경인일보 문화부장은 토론에 앞서, ‘기부로 잇는 문화혈맥’ 시리즈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를 물었다. 참석자들은 문화기부라는 생소한 부분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룬 점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태진 팀장은 “문화기부에 관해 언론사에서 집중적으로 연재한 것은 아마 국내에서 처음인 것 같다. 이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깊이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전했고, 비케이 안 소장도 “이번 기획기사가 향후 이 분야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하나의 신호탄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몇 가지 아쉬움도 지적됐다. 김윤미 대표는 “성공사례 위주의 기사가 대부분인데, 주위에 보면 문화기부 실패사례도 상당히 많다. 이런 부분을 다뤘다면 왜 실패했는지에 대한 연구가 이뤄질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고 지적했다.
김대현 대표는 “후원 사례도 좋지만, 이를 이끄는 재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 부분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지적과 분석은 다소 부족했던 것 같다”고 언급했다.
본격 토론에서는 기업의 문화후원을 늘리는 방안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눴다. 비케이 안 소장과 김태진 팀장은 기부의 목적을 정확하게 찾아내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안 소장은 “단순히 자아실현을 위해 문화기부에 동참해달라는 식의 접근법은 맞지 않다. 문화를 하나의 산업으로 보고, 현실적인 욕구를 찾아내 기부에 따른 보상이나 예우를 철저히 갖춰 기업의 후원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팀장은 “기부를 왜 해야 하는지 기업에 뚜렷하게 인식시켜야 한다. 복지 분야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기부의 목적에 대해 누구나 알고 공감한다. 하지만 문화예술분야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다. ‘왜’에 대한 확실한 명분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현 대표는 문화의 범위를 세분화해서 각 분야에 맞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의견을 내보였다.
그는 “문화라는 범위는 굉장히 넓다. 막연하게 아우를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음악이면 음악, 미술이면 미술 등 카테고리를 나눠 분야에 맞게 사례를 적용하고 기부 유치 전략을 치밀하게 세워야 한다. 각 분야의 특성에 따라 전략은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패널들은 개인 소액기부에 대해서도 액수는 미미하지만 문화 저변을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중요성을 공감했다.
김윤미 대표는 “그림 한 점 구매하는 데도 부담을 느끼는 중산층 이하의 사람들에게 기부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음악 혹은 미술과 친해지도록 하는 방법 밖엔 없다. 왜 작가를 만나고 이들을 후원해야 하는지, 이로 인해 문화가 풍족해지면 우리 지역에 어떤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는지 알려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진 팀장은 “문화기부는 일종의 ‘멤버십 기부’로 봐야 한다. 음악을 안 듣고 그림을 보지 않는 사람이 무슨 기부를 하겠는가. 전체가 아닌 문화를 누리는 자들에게 먼저 문화기부를 이끌어내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런 후에 문화 향유 대상을 늘려나가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
조광연 부장은 “공공기관 입장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 후원자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 분야의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확충해 후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후원인과 문화예술인 사이에서 중간자 역할을 하는 경기문화재단에 대한 따끔한 일침과 조언도 이어졌다.
김대현 대표는 “1~2년 주기로 재단 담당자가 바뀌는 지금의 시스템으로는 아무 것도 달라질 수가 없다. 최소한 5년 정도는 뚝심 있게 밀어붙일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 등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재단이 변하지 않고서 어떻게 기업과 국민들의 인식을 바꾸겠다는 것이냐”고 지적했으며, 비케이 안 소장도 “잦은 인사 이동으로는 사람과 지식 모두 축적할 수 없다. 후원 분야의 전문인력을 양성해 문화 전문가를 키워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조광연 부장은 “전문가가 아닌 이상 열정만 갖고 일을 추진하기엔 결과물이 뒤따른다는 점이 부담으로 다가오는 게 사실이다. 문화예술분야의 특성상 성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지만, 공공기관에서 이 부분을 감안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직은 갖춰져 있지 않다. 여러 지적대로 전문인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부분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털어놨다.
끝으로 패널들은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문화기부의 미래를 전망했다. 김대현 대표는 “후원의 만족도만 높여준다면, 제 3자에게 기부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는 현상이 충분히 발생할 것이다”라고 내다봤고, 김태진 팀장도 “기부도 하나의 네트워크다. 기부의 시작은 기부를 하고 있는 사람”이라며 기부문화 확산의 밝은 미래를 전망했다.
김윤미 대표는 “다담과 같은 공간이 수혜자가 아닌 또 다른 후원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역량 강화에 힘쓰겠다”고 했으며, 비케이안 소장은 “기부를 해야 하는 이유에 인간의 욕구만 집어넣는다면 문화기부는 엄청난 산업의 한 축으로 성장할 것이다”고 밝혔다.
조광연 부장은 “후원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시스템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했다.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