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때 책으로 접한 후 빠져
피규어·도서 광적으로 모아
취향 확실 ‘진로 고민’ 없어
한국판 쥬라기 공원 포부도
“아이가 중독증세를 보이면 우선 꾸짖으세요. 그래도 매달리면 도와주셔야 합니다. (정상의 자리까지) 미칠 수 있는 아이니까요.”
경기도의 ‘슈퍼맨 창조오디션’에서 우승, 상금 5천만원과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 입주 자격을 거머쥔 (주)비타민상상력 대표 김진겸(28)씨는 공룡 오타쿠다.
다섯 살 때 부모님께 선물 받은 책 ‘공룡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예림당, 1993)’에서 공룡을 처음 만난 김씨는 이후 25년 간 피규어(플라스틱 모형), 도서 등 공룡에 관한 것들을 광적으로 수집했다. 스무살부터는 아르바이트를 해 모은 돈으로 값비싼 수집품도 하나씩 사 모았다.
디테일이 부족한 것이 늘 아쉬웠다. 그래픽을 공부해 직접 피규어를 만들기로 결심했고, 그래픽 창업 동아리 활동을 시작했다. 증강현실(사용자가 눈 또는 카메라로 보는 현실세계에 가상 물체를 겹쳐 보여주는 기술) 기법으로 공룡의 디테일을 구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동아리 회원들과 같은 해 11월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어 1년 만인 지난 10월 매출 1억원을 돌파했다. 첫 작품은 다섯살 때 처음 만난 공룡책의 2015년도판 ‘어메이징 공룡월드(예림당 스마트베어)였다. 오타쿠가 어린 시절의 공룡을 증강현실 체험북으로 상용화한 것이다.
■ 불광불급(不狂不及), 공룡 상품화한 오타쿠
= 김씨의 사무실은 손가락 마디 만한 것부터 성인 장딴지보다 큰 제품까지 피규어로 가득하다. 벽은 공룡 포스터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김씨는 자신이 오타쿠임을 스스럼없이 밝힌다. 그것이 오히려 자신과 주변 사람을 편하게 한다는 생각이다. 김씨는 “생일이 되면 부모님, 친구 등 주변 사람이 선물 고를 걱정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씨는 “오타쿠 수준으로 미친 사람이어야 최고의 자리까지 미칠 수 있다”며 “주변의 시선과 상관없이 끝까지 추구하는 오타쿠라면 인생의 나침반을 지닌 행운아”라고 말했다.
■ 한국에 쥬라기공원을 구현하겠다
= 김씨의 회사는 증강현실 체험북을 제작한다.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동화책 속 공룡 머리 부분을 카메라로 비치면 증강현실로 구현된 공룡이 카메라로 비치는 공간을 돌아다닌다. 먹이를 줄 수도 있고, 손 위에 공룡을 얹고 사진으로 찍을 수도 있다.
김씨는 이를 발전시켜 ‘공룡 테마파크’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지니고 있다. 테마파크에 들어서면 관람객은 공룡이 지배했던 2억 5천만 년 전의 지구를 체험하는 것이다. 김씨는 “IT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있어 물리적으로 제약이 따르는 소재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고 말했다.
/전시언기자 cool@kyeongin.com · 사진/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