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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종상의 파행 이후 관련 평론들을 되짚어보니 이렇게 시작하는 글이 눈에 들어왔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올해 발표된 글이 아니다. 2012년 11월의 글이다. ‘광해: 왕이 된 남자’가 총 22개 부문 중 15개의 부문을 수상한 직후였다.

대종상에 대한 문제제기가 오래도록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 글을 쓴 젊은 평론가는 단순한 짜증이나 비난을 피하고 사태를 객관적으로 보려 노력했다.

그랬기에 그는 선정위원들의 개인적·도덕적 자질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다만 영화계 원로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선정위원의 연령에서 오는 편향성과 그들의 과거 경력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보수적 성향을 우려했다.

또한 예심과 본심으로 이루어지는 선정 과정이 형식적으로는 투명해 보이지만 내용적으로는 오류가 발생할 수 있는 구조라는 사실을 지적했다.

그러나 이번 대종상 파행은 새롭게 두 가지 문제가 더 추가되었다. 이전에도 의혹은 있었으나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아 ‘아는 사람만 아는’문제로 치부되었던 문제들, 즉 돈과 운영진의 자질 문제이다. 주최측의 임원이 계약 과정에서 리베이트를 받고 수억 원대의 돈을 횡령했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수상자들의 참석 논란과 이를 부추긴 ‘배우들의 자질’ 운운한 발언은 배우들이 아니라 오히려 주최측의 인사들의 자질을 의심케 한다.

그런가 하면 ‘국제시장’ 몰아주기와 방송중계 시청률이 동시간대 최저라는 사실은 또 다른 차원에서의 문제이다. 양상은 다르지만 한 작품의 독식은 이미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경험한 바 있다. 이는 자본과 권력에 대한 옹호가 아니냐는 비판을 듣기에 충분하다. ‘국제시장’의 만듦새와 흥행에 대해서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암살’과 ‘베테랑’ 등 여타 작품들을 배제한 채 10개 부문이나 수상할 만했느냐에 대해서는 의혹을 감출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대종상 중계방송의 저조한 시청률은 미흡한 진행뿐 아니라 미디어의 다각화 현상과 대종상의 내적 충실성이라는 측면에서 깊이 고민해봐야 할 문제이다.

대종상의 파행은 어떤 오해 혹은 착각에서 기인한 듯하다. 반세기라는 역사와 전통이 권위를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영화적 가치와 본질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문제이다.

/이대연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