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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절·고립·부적응 이미지 벗고 영화·만화·게임등 수익창출 동력
제작 단계부터 소비패턴 공략… SNS·유튜브등 입소문타고 흥행


1980년대 일본에서 유래한 오타쿠(オタク). 사회에서 고립돼 오직 한 분야만 파헤치는 성향의 사람들을 뜻한다.

우리나라에서도 1990년대 유입된 일본만화와 함께 알려지기 시작해 그동안 ‘단절’과 ‘고립’, ‘부적응’, ‘하위문화(sub culture)’의 상징으로 인식돼왔다. 그런 오타쿠가 언제부턴가 문화 콘텐츠 산업의 첨병으로 부각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유튜브의 등장 이후 지역 간, 국가 간 경계를 넘어서더니, 아예 ‘오타쿠 문화’를 형성하고 그 영향력을 곳곳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최근엔 배우 심형탁 등 일부 연예인이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을 오타쿠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골방에 숨어있던 오타쿠가 첨단 IT 기술을 기반으로 벽을 뚫고 세상 밖으로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오타쿠는 하나의 콘텐츠로 다양한 방식의 수익을 창출하는 ‘원 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의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영화, 만화, 드라마, 게임, 음반, 책 등 문화 산업 전반에서 오타쿠를 대상으로 이윤을 창출하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국내 대표적 IT 클러스터인 판교에 오타쿠 관련 산업이 집중되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최근의 문화콘텐츠 중에 제작 단계부터 오타쿠를 겨냥한 것도 적지 않다. 출시한 뒤 마니아층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마니아가 출시를 앞당겨 지속 가능한 소비가 가능하도록 ‘생산적 오타쿠’, 프로슈머(prosumer)를 양성한다는 얘기다.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의 재미를 추구하는 ‘정치적 소비’의 한 중심에도 오타쿠가 있다. 불법다운로드가 일반화됐을 때도 그들은 기꺼이 정품을 구매해 지적 재산권 문제에 가장 민감한 집단이 돼버렸다.

‘묵화마녀 진서연’ 등 게임을 주제로 한 뮤지컬이 등장하는가 하면 ‘사보텐스토어’ 등 오타쿠 캐릭터로 내부를 꾸민 매장이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다. 드라마 ‘송곳’, ‘미생’과 영화 ‘내부자들’,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도 오타쿠의 소비성향을 겨냥해 제작됐고 흥행했다.

업계에서는 오타쿠들이 뚜렷한 목적의 소비패턴을 지녀 불특정 일반 소비자들보다 오히려 공략이 쉽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9월 2일 개봉한 애니메이션 ‘러브 라이브 : 더 스쿨 아이돌 무비’는 SNS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며 10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게임이 만화가 되고, 만화가 드라마가 되면서 경계를 파괴하는 문화콘텐츠 산업. 그 중심에 오타쿠가 있다. ‘오타쿠 전성시대’다.

/전시언기자 cool@kyeongin.com · 사진/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