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표
풀뿌리 축구에서 1부리그 승격까지 한국 축구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수원FC가 내년에는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에서 수원 삼성과 사상 첫 ‘수원 더비’를 벌인다. /경인일보DB·수원시 제공

월드컵 4강후 잉태 수원시청 출범
2009년 수원FC로 바꾸고 새출발
1년후 내셔널리그 통합챔프 올라
부산과 승강PO 2연승 ‘1부리그행’
‘힘겨운 라이벌’ 수원삼성과 대결


‘내셔널리그에서 챌린지로, 챌린지에서 클래식으로’.

프로축구 수원FC가 큰 일을 해냈다.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부산 아이파크에 2연승을 거두며 3년 만에 1부리그로 진출했다. 2003년 실업팀으로 출발한 수원FC는 풀뿌리 축구에서 1부리그 승격까지 한국 프로축구사에 큰 발자취를 남기기에 충분하다.

■축구 도시 수원과 시민구단

수원의 축구 역사는 2002년 한·일월드컵 전부터 시작됐다. 당시 수원에는 국내 9번째 구단으로 뒤늦게 출발한 수원 삼성 블루윙즈가 1996년 프로리그에 뛰어들면서 수원 프로축구시대를 맞이해왔다. 수원 삼성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가장 많은 서포터즈를 보유했고, 이는 지금까지 ‘수원 축구 사랑’의 구심점이 돼왔다.

물론 수원도 시민구단의 움직임이 싹트기 시작했고,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이뤄내면서 마침내 수면으로 떠올랐다. 그 결과 2003년 3월 15일 시민들의 염원인 수원시청 축구단이 창단됐다.

■내셔널리그와 재단법인 수원FC의 탄생

2003년 K리그 3부 격인 내셔널리그에 참가한 수원시청은 창단 첫해 FA컵에서 16강에 오르는 저력을 보였고, 2005년에는 K2 챔피언결정전에서 준우승하며 축구 도시의 명성을 알렸다. 또 2007년과 2008년에는 내셔널리그 챔피언 문턱에서 좌절, 2차례 준우승에 머물렀다.

하지만 수원시청은 포기하지 않고 더 높은 곳을 향했다. 2008년 11월 11일 재단법인 수원FC 설립 발기인 총회를 개최한 수원시청은 당시 송광석 경인일보 대표이사 사장을 초대 이사장으로 선임, 시민구단의 토대를 마련했다.

2009년 1월 수원FC 사무국을 설치한 수원FC(수원시청 혼용 사용)는 이듬해인 2010년 11월 사상 처음으로 내셔널리그 통합 챔피언에 등극했다. 당시 구단주였던 염태영 수원시장은 그해 6월 지방선거에 당선된 뒤 축구팀이 통합 챔피언까지 오르면서 겹경사를 누렸다.

수원FC 승격
내년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진출을 확정한 수원FC 선수들과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수원시 제공

■챌린지와 클래식의 도전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013년부터 K리그를 1·2부로 나뉘고 승강제를 실시하는 등 축구판을 개혁했다. 내셔널리그 소속이었던 수원FC는 리그 경기를 치르면서도 아마추어 엘리트 대회인 전국체육대회와 경기도체육대회에 출전하는 등 프로구단과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시민구단의 염원을 잊지 않은 수원시와 구단은 챌린지 무대에 뛰어들었고, 이 때부터 선수단 유니폼에는 수원시청 대신 수원FC가 새겨졌다. 챌린지 리그에 참가한 수원FC는 그 해 4위에 올랐고, 2013 하나은행 FA컵에선 챌린지 팀 중 유일하게 8강에 진출하기도 했다.

2014년에는 챌린지 리그 6위에 머물렀지만, 올해 리그에선 3위를 마크하며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수원FC는 준플레이오프에서 서울 이랜드와 3-3으로 비기며 플레이오프에 오른 뒤 대구FC 마저 2-1로 꺾고 승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홈 앤드 어웨이로 치러진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부산을 1-0, 2-0으로 제압하고 승격에 성공한 수원FC는 내년 시즌 수원 삼성, 성남FC, 인천 유나이티드 등과 함께 클래식 무대를 즐기게 됐다.

■‘수원더비’ 흥행돌풍의 핵

내년 프로축구 클래식의 화두는 당연히 ‘지역더비’일 것이다. 수원FC-수원 삼성의 매치는 흥행요소가 될 수 밖에 없다. ‘형님’격인 수원 삼성(1995년 창단)을 상대로 ‘동생’격인 수원FC가 도전장을 내미는 모양새다.

물론 내셔널리그 태생인 수원FC가 클래식을 대표하는 명문구단 중 하나인 수원 삼성의 아성을 위협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객관적인 평가다.

투자가 결과를 좌우하는 프로의 엄혹한 현실을 감안해도 1년 구단 예산이 50억원 수준에 불과한 수원FC 입장에선 클래식 잔류가 더 시급한 과제일 수도 있다.

그러나 수원FC는 수원 삼성과 지역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면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수원더비’에 따른 선수들의 경쟁심은 또 다른 승패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올 시즌 두 팀 모두 ‘공격축구를 지향했다’는 점에서 창과 창의 대결은 또 다른 볼거리가 될 전망이다.

/신창윤기자 shincy2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