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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빙·수만개 운석… ‘역사 기록실’
현지 생물, 부동액·섬유 신소재 연구
온난화 등 환경변화 민감 ‘바로미터’

영국·호주·노르웨이 20C초부터 진출
우리나라도 뒤늦게 참여 3개기지 구축
관측 활동 등 세계 각국과 경쟁·협력


남극과 북극을 흔히 ‘바다의 보물 창고’라고 한다. 광물자원과 미개발된 수산자원 등이 가득한 자원의 보고(寶庫)이자 전 세계 선진국이 주목하고 있는 천혜의 기초과학 실험장이기도 하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극지연구소가 주도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극지연구는 단순히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의 영역이 아니다. 한반도의 환경변화를 이해하고 대처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열쇠’라고 볼 수 있다.

#극지로 가라, 극지에 있다!

남극은 남극해로 둘러싸인 거대한 얼음 대륙이다. 면적은 1천360만㎢로 한반도의 약 62배이며, 전체표면의 98%가 얼음으로 덮여있다. 북극은 유라시아와 북아메리카 대륙으로 둘러싸인 바다(1천200만㎢)다.

빙하가 갖고 있는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남극대륙의 만년빙은 매년 내리는 눈이 겹겹이 쌓여 형성된 것으로 평균 두께가 2천100m에 달한다. 남극 빙하에는 눈이 쌓일 당시의 대기성분과 기후에 관한 귀중한 자료가 그대로 간직돼 있다.

특히, 과거의 대기가 빙하 속에 기포로 남아있어 수십만 년 전 지구 대기의 온실가스 농도를 직접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냉동 타임캡슐’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영하 60℃의 맹추위에도 살아가는 극지 생물은 귀중한 생명자원이다. 극지 생물은 저온에서 견딜 수 있도록 스스로 진화하며 자라왔다. 이들 생물체의 성분은 극한에 대한 적응과 힘겨운 생존방식의 산물로서 큰 가치가 있다.

얼지 않는 부동액이나 차가운 환경에서도 버틸 수 있는 섬유를 만들 수 있는 비밀을 극지 생물이 간직하고 있다. 이밖에 현재 4만여개 이상 채집된 남극의 운석은 우주와 지구 탄생 초기의 생생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극지는 지구 환경 변화의 ‘전초기지’라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갖는다. 극지는 태양에너지의 70%를 반사해 ‘지구의 에어컨’ 역할을 해왔다. 극지가 사라지는 만큼 태양에너지 흡수량이 많아져 지구 온난화가 가속된다.

극지의 얼음이 다 녹으면 전 세계 해수면이 60m이상 올라갈 것으로 예측된다. 극지 빙하가 녹으면 심층 해수의 순환에도 영향이 미친다.

극지연구소 관계자는 “극지는 기후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이다”라며 “북극의 기류 변화가 한반도의 겨울철 온도를 좌우할 정도로 극지에 대한 연구는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커다란 빙산 아래 첨단의 과학이 숨어있고, 미래의 기후 변화도 숨어있는 셈이다”라고 덧붙였다.

영국, 호주, 노르웨이 등 해외 국가들은 극지의 이 같은 중요성을 일찌감치 인지하고 20세기 초반부터 극지 탐험을 시작했다. 이후 영토권 분쟁이 일기 시작했고, 1959년 12월 1일 남극의 국제적 공동연구 필요성이 대두 되면서 남극대륙은 평화적 목적만을 위한 과학연구용도로 사용됐다.

비록 후발주자이지만 우리나라는 1970년대 후반부터 극지 탐구를 시도했고, 1985년 11월 한국남극관측탐험대가 남극에 첫 발을 내딛었다. 1986년 남극조약에 가입한 이후 3개의 남·북극 과학기지와 1개의 쇄빙연구선에서 극지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

우리나라 극지연구의 시발점은 1988년 2월 17일 남극 킹조지 섬에 설치된 세종과학기지다. 16명 내외의 연구원이 상시 머물면서 남극의 환경변화를 모니터링하고 해양생물자원 등을 연구하고 있다.

지난해 2월 12일 동남극 빅토리아랜드 연안에 장보고과학기지가 추가 설치되면서 남극의 우리나라 기지는 2개로 늘어났다. 장보고과학기지는 우주, 천문, 빙하, 운석 등 대륙을 기반으로 한 국제공동 연구를 중점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북극에는 2002년 4월 29일 설치된 다산과학기지가 있다. 노르웨이령 스발다드군도에 위치한 다산과학기지는 북극해 해빙 분석을 통한 기후변화 연구, 극한지 유용생물자원 연구 등의 임무를 맡았다.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는 2009년 11월 2일 건조돼 남·북극 결빙해역을 누비며 해빙관측 및 연구기지의 보급지원 역할을 하고 있다.

극지연구소 관계자는 “남·북극 3개 연구소와 아라온호와 같은 대형 인프라를 갖추면서 어느덧 세계 수준에 발맞춘 수준 높은 연구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라며 “남극대륙 및 북극을 기반으로 한 연구개발을 통해 환경 변화 이슈에 신속히 대응하고, 미래가치를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 · 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극지연구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