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심사사진1
류보선(왼쪽) 교수와 노희준 소설가가 소설부문 평가를 하고 있다.

모든 미학은 아슬아슬함을 추구한다. 표면장력이랄 수도 있겠으나 사실은 ‘완벽한 결함’이나 ‘불가능성의 증명’에 가깝다. 종종 절묘하게 모자란 상태가 극대화된 긴장의 한계를 넘어서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본심에 올라온 응모작은 쉽게 분류됐다. 안정성이 뛰어난 작품과 실험성이 돋보이는 작품. 전자가 골고루 잘하지만 이렇다 할 특기는 없는 모범생의 성적표 같았다면, 후자는 무림으로 뛰쳐나가고 싶지만 그러기에는 용기와 내공이 불안한 문하생의 대련 같았달까.

취향 판단으로 흘러서는 안되겠기에 둘 사이의 간극에서 우열을 가리기가 몹시 까다로운 심사였다. 그럼에도 안주보다는 모험에, 현상태보다는 가능성에 손을 들어주자는 쪽으로 협의가 이루어졌다.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아홉 편이었다.

‘이제는 사라진 직업의 역사’는 인터뷰의 형식으로 환상과 현실을 오가며 사변성과 허구성을 버무리려는 의도까지는 좋았으나 그 과정에서 톤이 흔들린다.

블랙코미디의 도입은 자구책일뿐 해결책으로는 역부족이었다. 특정 기성작가의 작품경향이 엿보인다는 점도 당선작으로 뽑기를 망설이게 했다.

‘요한의 사례’는 교차시점을 사용하여 사실의 광기가 아닌 진술의 광기가 어떤 식으로 확산되는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한 구조를 갖추었으나 그에 걸맞은 스토리의 참신성을 확보하지 못하여 점차 클리셰로 함몰되어가는듯한 인상을 주었다.

두 작품 모두 자신의 힘을 감당못해 엉뚱한 방향으로 해머를 날려버리는 회전던지기 선수를 보는듯했달까.

‘폭발’은 실험적인 서사구조를 떠받치기에 충분한 진지함과 치열함을 갖추고 있었다. 적당히 비워놓음으로써 형상화하는 핍진성의 측면에서도 세월이 엿보였다.

다만 이러한 내적질서를 감안할 때 결말에 반복해 등장하는 거인은 실망스럽다못해 생뚱맞았다. 결말만 아니었다면 이 작품을 뽑는데 그토록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심사위원

류보선(문학평론가, 군산대 교수)
노희준(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