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머리 대신한 범상찮은 존재
여인에게 배신 당했던 도편수
원망 담겨있다는 전설 전해져
불교적 해석등 다양한 소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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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전등사 대웅전의 원숭이 조각상. /경기문화재단 제공
원숭이의 해 병신년이 이제 막 시작됐다. 경기·인천지역의 문화유산 중에서 가장 흥미롭고 관심이 가는 원숭이 관련 유물로는, 단연 강화 전등사 대웅전(江華 傳燈寺 大雄殿, 보물 제178호)의 네 기둥 위에 조각돼 있는 ‘원숭이 상’을 들 수 있다.

이 원숭이 상은 처마 밑 모서리 기둥 위에 한 마리씩 있는데, 모두 나신(裸身)이면서 쪼그린 자세로 한쪽 또는 양쪽 귀를 막고 있다.

일반적으로 원숭이 상이 조각된 기둥 위에는 불국토를 수호하는 용을 조각해 건축물을 장엄하게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그곳에 나신의 원숭이 상이 아주 볼품 없는 자세로 앉아 있으니 가히 파격적이라 할 수 있고, 이런 양식 상의 파격에 전설이 더해지지 않을 리 없다.

전설에 따르면 건립을 맡았던 도편수(都邊首)가 불사를 하던 중 마을의 주모와 깊은 사랑에 빠져 혼인을 할 생각으로, 그동안 힘들게 모아둔 돈을 맡겼다고 한다. 그런데 공사 막바지 어느 날 주막을 찾으니 여인은 사라지고 없었다.

이에 대목장은 자신을 버린 여인에 대한 원망을 실어 대웅전 처마 네 군데에 벌거벗은 여인상을 원숭이 모양으로 만들어 올렸다는 것이다.

이 원숭이 상을 두고 나부상(裸婦像)으로 보면서 자신을 배신한 여인을 징계코자 만들었다는 견해, 불법(佛法)을 듣고 참회하며 올바른 삶을 살아가라는 불교적 가르침이 녹아있다는 해석, 이와는 달리 단순한 사찰 조각인 원숭이 상으로 보고 길상(운이 좋은 조짐)과 벽사(사악한 귀신을 물리침)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주장, 귀를 막고 있는 사실에 착안해 세속의 온갖 소리에 초연하겠다는 염원이 담겨있다는 생각 등 실로 다양한 소견들이 제시되고 있다.

불교 건축에서 가장 중심 건물은 부처님이 모셔진 금당이고, 그곳에서도 가장 눈에 잘 들어오는 곳이 모서리 기둥의 처마 아래다. 이렇듯 가장 눈에 잘 띄는 위치에 용머리 대신 벌거벗은 원숭이 상을 올려 둔 것으로 보아, 이 원숭이 상은 단순히 원숭이를 본 따 만든 조각상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문화유산에는 예술적 요소가 내포돼 있다. 그리고 예술은 다각적·다의적·다층적으로 읽히고 해석된다. 전등사의 원숭이 상도 이런 예술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

어떻든 간에 진한 불교적·교훈적·자성적 의미가 함축돼 있을 것이다. 새해를 맞아 자기 나름의 인생관과 철학을 바탕으로 원숭이 상에 담긴 메시지를 읽어 보고, 새해 자신을 성찰해 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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