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국민소득 3만달러서 제자리
양질의 일자리등 내수활성화 ‘필수’
대한민국이 세계 무대에서 선진국 대우를 받게 된 계기는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이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다음이었고 OECD의 스물아홉 번째 회원국에 이름을 올렸다. 이른바 ‘부자 나라 클럽’에 입성한 한국은 전쟁의 참화를 당한 최빈국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OECD 가입이 곧 ‘선진국행 티켓’은 아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입 이듬해인 1997년 외환위기가 있었다. 2008년 미국 리먼브라더스 투자은행의 파산으로 전 세계에 번진 글로벌 금융 위기의 파고도 한국을 비켜가지 않았다. 이런 위기를 거치며 ‘고용 불안’, ‘양극화 심화’ 등의 현상이 발생했다.
아직 선진국 문턱에 서 있는 한국, 위기 때마다 ‘극복 의지’가 그 어느 나라보다 강했다는 평가를 받는 나라다. 경인일보는 OECD 이후 20년인 2016년 새해 다시 선진국 진입의 조건을 짚어본다.
경제규모에만 집착한다면 선진국이 될 수 없다.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갈등을 조정하고, 문화 역량을 기르는 데 한 단계씩, 한 걸음 더 도약이 필요하다. ┃편집자주
#국민소득 3만 달러 넘어 4만 달러 향해 한 걸음
선진국 여부를 가릴 때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국민소득(GNI)이다. 한 국가의 경제발전 단계를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다. 한국은 2006년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달성하고 10년 째 3만 달러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 해 말 ‘2016년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낮은 성장세와 원달러 환율 약세 등을 감안할 때 국민소득이 2만7천 달러 대에서 정체할 것으로 예상했다. OECD 회원국 평균 국민소득이 4만 달러 안팎이다. 3만 달러를 넘어 4만 달러를 지향하는 한국 경제가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국민소득 증대를 이끌 수 있는 동력을 찾는 여러 분석의 공통된 키워드는 ‘내수 활성화’다. 2만 달러 달성에 수출 확대 등 외수 주도의 성장 정책이 필요했다면 3만 달러를 위해서는 민간 소비 확대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한국 민간 소비는 우리나라 한해 GDP의 절반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경제 파급 효과가 크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의 ‘4만 달러 도약기’를 분석 한 자료(‘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도약과 민간 소비의 역할’)에 따르면 선진국은 도약 과정에서 민간 소비 증가율이 GDP 증가율을 상회했지만, 한국은 그와 반대의 상황에 처해 있다. 민간소비 증가율이 GDP 증가율을 밑도는 상황이 지속돼 선진국과 대조적이다.
국민소득 정체 현상을 타개하고 선진국 수준으로 단기간에 도달하기 위한 필수 조건은 가계 소득 증대다.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으면 내수 활성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는 노후·주거 불안 등 소비 위축 요인을 해결하는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용화 선임연구원은 “한국 경제를 이끄는 두 축의 하나인 수출 경기는 올해도 침체 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는 다양한 일자리를 늘리고 서비스산업 육성 등을 통해 가계 소득을 높여 소비 여력을 최대한 확충하는 내수 정책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명래기자 problema@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