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2016년 신년인터뷰에서 “최고의 목표는 도민 행복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유와 배려의 가치를 잘 조화시키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태황기자 hath@kyeongin.com

◈새해 도정 방향은
정치·경제 오픈플랫폼 ‘권력 분산’
경기도주식회사·제2판교TV 조성
중기·스타트업등 동반성장 밑그림

◈일자리 70만개 창출
6개기관 통합 ‘재단’ 설립 잰걸음
민간과 협업 전문·유연성 ‘접목’
고용 거버넌스 선도 역할도 기대


도지사 3년째를 맞는 남경필 경기지사의 현실 인식과 해법은 이전보다 더욱 명확해졌다. 도정과 정치 현안에 대한 발언은 신중한 듯 하면서도 거침이 없었다.

그는 “도지사가 되고 초기에는 ‘말하는 책임이 굉장히 강하다’는 것을 알게 돼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도 “이제는 새로운 방향에 대해서는 좀 더 많이 좀 이야기할 것”이라고 했다. “새로운 방향 제시는 조금 거칠더라도 적극적으로 이야기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도지사의 발언이 이래도 되는 걸까. 남 지사는 이렇게 답했다.

“정책 결정이 때에 따라 많이 왔다 갔다 한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신다. 큰 철학과 가치는 흔들리면 안 된다. 그게 흔들리면 전체가 흔들리는 것이다. 그러나 기본적인 철학과 가치가 변하지 않는 선에서 그걸 실현하는 정책은 유연하게 궤도 수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과거의 도정과 달라진 점이다.”

도정 운영의 주춧돌인 큰 철학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는 “최고의 목표는 도민 행복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유와 배려의 가치를 잘 조화시키겠다”고 말했다.

지난 달 24일 오후 도지사 집무실에서 만난 남경필 지사는 새해 도정 방향으로 ‘연정체제 확립’과 ‘협력적 공유 경제 도입’ 등 두 가지를 얘기했다. 연정과 공유 경제를 꿰는 키워드가 ‘오픈 플랫폼’이라고 했다. 쉽게 말해, 누구나 도정과 경제 활동에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장(場)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오픈플랫폼은 청년실업, 저성장, 양극화, 저출산, 고령화, 정치갈등 등 시대적 과제를 풀어갈 키워드”라며 “정치의 오픈플랫폼이 연정이라면, 경제의 오픈플랫폼은 경제민주화와 동반성장”이라고 설명했다.

남 지사는 ‘공존’ ‘협업’의 구조아래 정치·경제 부문의 ‘권력 분산’을 도모하고 있다. 지방의회의 권한 확대 차원에서 남 지사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상임위원회화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1년마다 새로 구성되는 예산결산특위를 상임위로 만들면 예산 심의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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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지사는 “의회의 최우선 기능은 국민이 낸 세금을 집행부가 잘 쓰고 있는지 감시하는 것”이라며 “예산만큼은 전문성을 갖추고 그동안의 예산 편성·집행 스토리를 알 수 있는 조직이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예결위 상임위화는 (도지사 입장에서) 귀찮고 불리할 수 있는 것이지만, 의회 권능이 늘어나는 것인 만큼 의회가 이 제안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연정의 상징인 사회통합부지사가 도의 예산편성 과정에 지금보다 깊이 참여할 수 있는 ‘연정기획조정실’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실현 가능한 차원에서 현실적인 방안을 찾고 있다”고 답했다.

경제부문에서 그의 도정 방향은 ‘추상적’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이에 대해 남 지사는 경기도주식회사와 제2판교의 계획을 들어 설명했다.

도는 경기도주식회사를 설립해 소규모 기업을 지원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공공·민간 자본으로 주식회사를 세워 도내 기업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구조다. ‘공공 물류센터 조성’ ‘간편결제 수수료 지원’ 등을 통해 유통 약자인 중소기업의 성장을 돕겠다는 것이다.

또 남 지사는 제2판교테크노밸리(판교제로시티)를 스타트업 중심의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그는 “경기도는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소상공인이 마음껏 뛰노는 ‘판’을 깔아드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 지사의 올해 도정 현안 중 하나는 ‘일자리 창출’이다. 도는 지난해 일자리 지원을 맡고 있는 6개 기관을 하나로 통합해 ‘일자리재단’을 설립하는 계획을 발표해 추진 중이다.

경기일자리센터(일자리알선), 경기도기술학교(직업훈련),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여성비전센터·북부여성비전센터(여성 취업·창업), 경기도경제단체연합회(청장년 취업 지원) 등이 통합 대상이다.

통합 과정에서 공통·중복 기능을 조정하고, 일자리연구조사부를 신설해 중장기 산업 구인·구직 전망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남 지사의 일자리재단 설립·운영에 대한 부정적 시선도 남아 있다. 도의회에서도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남 지사는 “취업난 해결이 국가적 과제로 대두되는 상황에서 최우선 현안인 ‘일자리 70만개 창출’ 달성을 위해 고용서비스 통합기관 설립이 필요하다”며 “일자리재단은 기존 고용서비스의 틀을 깨고, 민간의 전문성·유연성을 접목시킨 협업 체제 구축으로 경기도 고용 거버넌스 선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기도에서는 최근 2년간 대형사고가 많이 발생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와 판교 환풍구 사고에 이어 지난해에는 의정부 화재 사고와 메르스 사태를 겪었다. 남 지사는 “중요한 것은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교훈을 얻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는 지난해 12월 ‘메르스 인사이드’라는 제목의 책자를 펴냈는데, 공공기관이 기존에 펴내던 백서와 달리 자화자찬 일색이 아닌 반성의 내용도 담고 있어서 눈길을 끌었다. 메르스 사태 당시 정부와 지자체 입장에서 간과했거나 소홀했던 점들을 기록해 훗날 유사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처 능력을 높이기 위한 시도였다.

5선 국회의원 출신의 남 지사는 현 정치 상황을 “가스가 꽉 차서 터지기 일보 직전”이란 말로 표현했다. 최근의 ‘안철수 현상’에 대해서 “현 정치구조에서 생겨난 질서와 주역을 맡고 있는 주연 배우들에 대해 국민들이 식상해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남 지사는 “기존 정치가 국민들을 실망시키면 (민심은) 태풍으로 변한다”며 “이미 태풍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 지사는 경기도를 대한민국의 신성장 모델로 키우는 꿈을 갖고 있다. 연정에 이어 경제분야에서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일부 대기업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다 경쟁력을 잃어가는 현실, 가계부채는 감당 안 되게 커지고 있고 청년들은 사는 것이 불안해서 아이를 낳지 않는 현실은 지금 상태로는 풀 수 없다”며 “이것을 푸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새해 보여드리겠다”고 강조했다.

/김명래기자 problema@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