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제작·아카데미 진행
경기필과 공연 '파격 제안'
세계화·도민과 교류 '노력'
기쁨과 위로의 공간됐으면
경기도문화의전당은 올 초 거대한 사건 하나를 예고했다. 리카르도 무티가 온다는 것이다. 무티는 카라얀과 번스타인의 뒤를 잇는 명지휘자로 오페라 지휘자로도 활약하고 있다. 무티가 한국에 오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 당장 1월 말에도 시카고심포니오케스트라와 내한공연을 한다.
그가 경기도문화의전당에 오는 것을 사건이라고 하는 것은, 단지 공연을 하러 오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정재훈 사장은 그를 초청하면서 파격적인 제안 3가지를 던졌고, 무티는 받아들였다.
첫번째는 그가 인천 공항에 도착해 한국을 떠날 때까지 5일 동안의 행보를 모두 촬영해 다큐멘터리를 제작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경기 리카르도 무티 아카데미'를 진행한다. 아시아 음악 전공자를 대상으로 참가자를 선발해 무티가 직접 오페라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를 지도한다. 마지막은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공연하는 것이다.
"중국과 일본에서도 아카데미를 개최하려고 했대요. 마침 한국에 온 무티의 매니저와 공연장에서 만났고 그가 아카데미에 대해 이야기 한 지 15분 만에 결정했죠. 매니저가 그렇게 빨리 결정해도 되겠냐며 놀랐어요."
공립 문화기관의 경영자로서 무티를 초청한다는 것은 고민해야 할 것이 많아진다는 것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초청 비용이 문제다. 게다가 공연만 하는 게 아니라 다큐멘터리 제작과 아카데미 준비로 그는 올겨울의 기록적인 한파를 불평할 틈조차 없다.
"제가 원하던 것과 딱 맞았어요. 전당 사장으로 취임했을 때부터 경기도와 경기도 전당이 인정을 받으려면 세계화가 필요하고,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일반 기획사들이 해외의 유명한 단체를 초청해서 공연하고 가는 것은 일방적이죠. 우리가 최고의 음악을 들려줄테니 관객들은 들으라는 식의 공연은 소통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무티는 경기도를 방문해 젊은 음악가, 청중, 다큐멘터리의 관객들, 경기필과 소통을 하게 될 겁니다. 초청비용은 예산으로는 물론 감당할 수 없습니다. 이사진이 도와주었고, 외부에서 여러 방법을 찾고 있어요."
올해는 도민과의 소통을 위한 자리를 늘릴 계획도 가지고 있다. 오는 3월 26일 열리는 'Bravo My Life'에서는 순직 소방관 가족을 초청한다.
"어느 날 택시를 탔는데 기사분이 난생 처음 음악회에 갔던 이야기를 들려주셨어요. 티켓이 비싼데도 그 많은 좌석이 꽉 차있는 걸 보고 연주는 듣지도 못하고 많이 우셨대요. 그런 분들을 위로해 드리고 싶었어요. 경기도문화의전당이 너무 고상하기보다 도민 누구에게나 기쁨과 위로를 드리는 장소가 되기를 바랍니다."
/민정주기자 zu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