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극 해저지층 탐사 20년 '베테랑'
2009년 취항 국내 1호 아라온호 총괄
"성능 2배이상 개선 효율 극대화 자신"
우리나라의 북극 진출 경쟁력을 한 차원 높일 제2쇄빙연구선 건조사업이 지난 25일 정부가 예비타당성 조사에 착수하면서 첫발을 내디뎠다. 이에 발맞춰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극지연구소는 최근 제2쇄빙연구선 건조사업단을 신설했다.
남상헌(58) 극지연구소 제2쇄빙연구선 건조사업단장은 "북극의 해빙이 녹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자원개발·항로개척 등 북극에서의 경제기회를 선점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콜드 러시(Cold Rush)'가 치열해지고 있다"며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 등 제2쇄빙연구선 건조가 계획된 일정에 맞춰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상헌 단장은 2009년 취항한 국내 1호 쇄빙연구선 '아라온호' 건조사업을 총괄했다. 1984년 한국해양연구소 연구원으로 입사한 그는 본래 해양지질학을 전공한 해저지층구조 연구자다.
남상헌 단장은 1987년 해양연구소의 극지연구실 '창설 멤버'로 우리나라 극지 연구 1세대다. 남 단장은 20여 년 동안 매년 남·북극에 30~50일씩 머물며 해저지층을 탐사했다. 우리나라가 아라온호를 만들기 전까진 다른 나라 쇄빙연구선을 탔다.
남상헌 단장은 "2000년대 중반 아라온호 건조사업이 현실화됐으나, 국내에는 쇄빙연구선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었다"며 "쇄빙연구선을 국내에서 가장 많이 탄 경험이 아라온호 건조사업 총괄을 맡게 된 이유"라고 했다.
쇄빙연구선은 얼음을 깨고 적정한 속도로 항해할 수 있는 능력이 핵심이다. 각종 연구장비가 영하 30℃를 넘나드는 혹한을 견딜 수 있는 내한성능이나 연구장비를 운용하는 시스템 구축 등도 중요하다.
남상헌 단장은 "아라온호는 평탄한 빙하를 1m 두께까지 깨고 나아갈 수 있지만, 그보다 두꺼운 얼음을 쉽게 만나는 북극 항해에는 한계가 있다"며 "제2쇄빙연구선은 쇄빙 능력을 2m 두께까지 끌어올리고, 영하 45℃까지 연구장비를 운용할 수 있도록 성능을 2배 이상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제2쇄빙연구선은 선박 안에서 해저로 곧바로 통하는 구멍인 '문풀(Moon Pool)' 등 첨단기술을 도입해 연구나 작업 효율성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는 2013년 5월 북극해에 영해를 가진 미국·덴마크 등 5개국과 인접한 3개국으로 구성된 '북극이사회'에 옵서버(observer·참관국) 자격을 얻었다. 이때 중국과 일본도 우리나라와 함께 옵서버 반열에 합류했다. 전 세계적인 북극 진출 경쟁을 일컫는 '콜드 러시'는 이미 아시아 국가 간에도 불이 붙었다.
남상헌 단장은 "북극 진출은 과학을 매개로 북극해에 인접한 연안국들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서만이 가능한 상황"이라며 "북극을 활용하기 위해선 제2쇄빙연구선 등 기반이 될 수 있는 인프라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