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간 400년후 정조때 14권7책으로
민본 정치인 목마른 시대 '재조명'
모든 정치는 백성을 근본으로 삼는다는 절대가치로 평가해 볼 때 조선의 건국으로 백성들은 착취와 수탈, 병화와 공포, 인신 구속과 노동 착취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이처럼 고려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새로운 국가를 세우고, 그에 걸맞은 통치이념을 설계한 인물이 바로 삼봉 정도전(鄭道傳)이다.
그는 '경국대전'의 모태가 되는 '조선경국전'에서 "국가를 바르게 하려면 무엇보다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다스려야 하고, 생활을 안정시키고 백성의 뜻에 따라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 만약 임금이 백성의 뜻을 어기면 백성은 임금을 버린다. 나라의 주인은 임금이 아니라 백성이고, 백성을 주인으로 모시는 정치가 곧 민본정치다"라고 하면서 민본주의를 천명한다.
아울러 그는 조선조의 제도정치의 기본 틀을 구축하고 이념적 바탕을 마련한 경세가이자 혁명가다. 또한 한양천도를 단행해 궁궐과 종묘의 위치 및 도성의 기지를 정하고 각 궁전과 궁문의 이름은 물론 8대문과 성안 48방의 이름을 몸소 짓는 등 조선조의 기틀을 마련하는데 크게 기여한 대학자이기도 하다.
이런 정도전의 이념과 철학은 그의 문집 '삼봉집(三峰集)'에 총망라돼 있다. 이 삼봉집은 1397년(태조 6) 8월에 정진(鄭津)이 부친의 시문(詩文)을 모아 2권으로 간행한 이래 1465년(세조 11)에 경상도 안동부에서 6책으로, 1487년(성종 18)에 강원도에서 삼봉의 증손인 정문형(鄭文炯)에 의해 8책으로 각각 간행됐다.
그리고 1791년(정조 15) 임금의 명으로 구본(舊本)에 누락된 시문을 수록하고 새로운 사실(事實)을 추가하는 등의 보완을 거쳐 경상감영에서 14권 7책으로 간행됐다.
이 삼봉집은 조선 초기의 정치·제도사는 물론 정도전의 문학·사상 연구의 중요한 자료로, 지난 1986년 5월 7일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132호로 지정돼 현재 정도전을 모신 문헌사(文憲祠) 경내의 '삼봉기념관'에 보관돼 있다.
최근 정도전은 드라마에서 조선왕조의 설계자로 새로 부각되며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다. 정도전에 관한 재조명의 배경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작금의 현실정치가 혁명적 사상가, 실천적 지식인, 민본적 정치인을 목말라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라와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이들이 그의 참된 정신을 본받고 '애민(愛民)'의 마음으로 정치에 임하길 바란다. 아울러 사욕과 실리에만 집착하지 말고, 확고한 통치이념을 가지고서 국민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희망을 안겨줬으면 한다.
다가올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이들에게 한영우의 '왕조의 설계자, 정도전', 조유식의 '정도전을 위한 변명'을 권한다. 아울러 평택에 소재한 문헌사에 들러 그의 영정에 참배하고 '참된 정치인의 길'에 대해 성찰해 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