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8일 북한의 핵실험에 이은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에 따라 유엔의 대북 제재 논의와 별개로 독자적인 대북 제재에 조기 착수하는 방안을 본격 검토하고 있다.

이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안 마련이 중국의 미온적인 태도로 지연되는 데 따른 것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도 전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핵심 각료들을 만난 자리에 "우리나라의 독자적인 조치를 실행한다는 방침을 굳혔다"고 밝혀 대북 독자 제재를 서두를 방침을 시사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기자들에게 "유엔 안보리 결의에 비해 (독자 제재 착수 시점이) 늦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가 검토하는 독자적인 제재 방안은 2014년 7월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피해자 재조사 합의에 맞춰 해제했던 방북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 간부 등에 대한 재입국 금지 등의 조치를 부활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여기에는 3천만엔(약 3억700만원) 초과액을 북한에 송금하거나 100만엔 초과 현금을 갖고 북한에 입국할 경우 신고를 의무화하도록 했던 것을 종전처럼 300만엔 초과 대북 송금 및 10만엔 초과 현금 소지 입국시 신고 의무화로 강화하는 것도 포함된다.

북한 국적 선박 입항 금지, 북한 국적자의 입국 금지 부활도 검토 대상이다.

여기에 재입국 금지 대상자에 핵ㆍ미사일 기술자 등을 포함하는 방안, 금융자산 동결 대상도 확대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제3국의 기업이 핵·미사일 개발에 관련된 북한의 단체나 개인과 거래를 하는 경우 일본 금융기관과 이들 개인·단체와의 거래를 금지하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이란에 대해 도입됐던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이다.

다만 북한과의 거래가 있는 기업의 상당수는 중국 기업인 것으로 알려져 대중 관계 등을 고려할 경우 일본 정부가 이 방안을 채택할지는 불투명하다.

일본 내에서는 독자 제재에 대한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대북 제재의 목적이 경제적 고립을 통해 북한이 더 이상 핵ㆍ미사일 개발에 나서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것이지만 중국이 동참하지 않는 한 북한에 별 충격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외무성의 한 간부는 아사히신문에 "북한에 진정한 의미에서 충격을 주려면 중국을 빼고서는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중국에 대해 직접 대북제재를 실행하도록 강제할 방법은 없다는 것이 한계라고 아사히는 지적했다.

여기에 아베 정권이 공을 들여온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피해자 송환 문제도 걸림돌이다.

일본 정부는 북한과의 납치문제 협의의 끈을 유지한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지만 대북 독자제재에 나설 경우 북한의 반발로 납치문제 논의 자체가 봉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