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척해지긴 쉬운 황토흙 악조건 '극복'
탑푸르츠 '대상'에 해외 수출길도 열어
작황 오락가락 배즙공장으로 정면돌파
인천은 환경, 입지 등의 조건상 농사 짓기가 어려워 특산물이 귀하다. 덕분에 2009년께부터 안성배, 나주배를 제치고 전국 최상품 배로 자리매김한 '남동배'는 자연스럽게 인천을 대표하는 귀한 몸이 됐다.
엄도흥(57) 남동하나로배작목반 반장은 품질 좋은 오늘날의 남동배가 있기까지 무던히 애를 쓴 농민 중 하나다.
엄 반장은 "과수원 집 딸을 만나 결혼을 하면서 배 농사를 시작했다. 그게 벌써 32년 전"이라며 "농사짓기 싫어 고향인 강원도를 떠났는데 아마도 농사가 천직인가 보다"라며 멋쩍게 웃었다.
그의 장인은 부천에서 포도농사를 하다 인천으로 자리를 옮기며 배농사를 시작했다. 평생 과수원을 일구며 산 장인, 16살 어린 나이부터 일을 거든 엄 반장의 아내 최양수(56)씨는 엄 반장의 스승이자 동반자였다.
그는 "사실 인천 땅이 배 농사에 적합하지 않다. 조금만 물기를 먹어도 질척해지는 황토 흙바닥을 365일 관리하는 게 여간 힘들지 않다. 반대로 소래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해풍은 배 당도를 높인다"며 "늘 배 밭 주변 환경의 장단점을 따지고, 장인과 아내 조언을 귀담아들으며 우리 작목반에 가장 잘 맞는 농법을 찾고자 했다"고 말했다.
엄 반장의 노력은 4년 전 탑푸르츠 전국대회에서 배부문 '대상'을 받았다. 당도, 모양, 색깔 등 배 안팎을 속속들이 살펴 점수를 매겨 결정하는 탑푸르츠 수상은 농사꾼에게 큰 명예일 수밖에 없다.
엄 반장은 "전국 곳곳의 공판장에서 남동배가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명절이 되면 경매인들이 직접 찾아와 한 상자라도 더 가져가려고 하는 걸 보면 마음이 뿌듯하다"며 "과테말라, 베트남, 대만 등으로 수출까지 돼 맛을 인정받은 것도 흐뭇하다. 작목반이 지금처럼 힘을 합치면 더 좋은 성과도 낼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그는 2006년 인천 배 농가 중 처음으로 배즙 가공 허가를 받아 공장 운영을 시작했다.
엄 반장은 "배 가격은 날씨, 작황 등에 따라 매우 오락가락한다. 또 B급 상품은 맛이 좋아도 제값을 받기 힘들다"며 "단순한 배 농사만으로는 살길을 찾기가 어렵다고 판단해 배즙 가공을 시작했는데, 다행히 효과가 있다. 믿을 수 있는 배즙 생산과 공급으로 농가와 소비자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석진기자 psj0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