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시설 등 군사요새 면모 뚜렷
벽돌 사용해 구조적 안정성 도모
반달 연못안 조각·작은섬 '운치'


방화수류정과 용연
방화수류정. /경기문화재단 제공
수원 화성의 축조 과정을 기록한 '화성성역의궤(華城城役儀軌)'에는 화성의 4개 각주 중 하나인 동북각루에 대하여 "동북각루(東北角樓)는 용연(龍淵)의 위에 있다.…여기야말로 실지로 동북 모퉁이의 요해처(要害處)이다. 장안문을 잡아 당겨 화홍문과 이어지게 함으로써 앞뒤로 서로 마주 응하여 한 면을 제압하고 있다.…이중으로 난간을 설치하고 밖에는 전붕판문(戰棚板門) 16개를 설치하였는데, 마치 병풍을 포개어 친 것 같다. 위에는 전안(箭眼) 각 1개씩을 내고, 아래에 총안(銃眼) 각 2개씩을 뚫었다"라고 기록했다.

우리가 흔히 정자로만 알고 있는 방화수류정이 방어 요충지에 위치한 군사요새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총과 활을 쏠 수 있는 총안과 전안, 적의 총탄을 막기 위한 방탄시설이 이를 대변해 준다.

그런데 이런 군사시설에 정자의 기능을 더했다. 각루(角樓)에서 내려보이는 곳에 반달모양의 용연(龍淵)이라는 연못을 파고 가운데에 작은 섬을 두어 아름다운 풍광을 더했다. 못의 서쪽 출수구에 용머리를 조각하여 물이 많이 차면, 이 용머리가 화홍문 밖으로 물을 뿜어내게 하여 운치를 냈다. 정자에도 한층 멋을 부렸다.

팔작지붕을 올리고 퇴칸이 생기는 부분마다 작은 지붕을 덧붙여 날아갈 듯한 생기를 불어넣었고,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보이게 했다. 서쪽 벽면은 벽돌로 '十'자형의 빈 공간을 만든 후 모래와 회를 섞어 채워 넣었는데, 짙은 회갈색의 벽돌벽면에 밝은 빛의 기하문양을 배치하여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색의 조화를 이끌어냈다.

멋만 부린 것이 아니다. 벽돌이라는 새로운 소재를 사용하고 과학적 원리를 적용하여 구조적 안정성도 도모했다. 정자를 받치는 나무기둥을 세운 후 벽돌로 벽면을 채웠으며, 돌로 네모난 틀을 짜고 그 안을 벽돌로 채우는 새로운 방식으로 기단을 덧붙였다.

또한 상층과 하층의 중층구조로 만들어 공간 활용도를 높였고, 상층의 경우 중심에는 온돌방을 두고 주위로는 마루를 설치하여 사계절 내내 적절히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수원 화성에 가면 정조 시대의 힘을 느낄 수 있다. 더 이상 산속으로 숨어들지 않고, 당당하게 평지에서 일전을 펼치겠다는 결연한 의지와 강한 자신감이 전해진다. 돌과 나무 그리고 벽돌을 적절히 사용하여 과학적인 탄탄한 구조이면서도 풍부한 미감과 색감을 드러내고 있어, 조형미와 함께 과학적 지혜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활과 총을 쏠 수 있는 군사시설로 계획되었음에도 그것에 멋, 운치 그리고 치유를 더한 여유로움이 감지된다. 아울러 기능성을 살리고 조형미를 높이고자 하는 다양한 새로운 시도들을 엿볼 수 있다.

크고 호방한 기운이 지나쳐 잔잔한 감동을 받기 어려운 중국, 너무 작고 인공적인 면이 심하여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일본과는 다른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있다.

이렇듯 방화수류정에는 한국건축미의 힘, 멋, 지혜가 녹아 있다. 방화수류정은 화성이라는 성곽 위에 핀 꽃이며 한국 건축미의 결정체이다. 2016년 '수원 화성 방문의 해'를 맞아, 꽃들 만발하고 버들잎 푸르른 봄날(訪花隨柳), 용연에서 보름달을 바라보면서(龍池待月) 달빛 속에 드러난 '화성의 꽃'을 완상(玩賞)함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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