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군사도시 분위기 겹쳐 '남초 현상'
여자후배 길 터주고파 작은일에도 정성
고객을 가족처럼 즐거운 직장 조성 소망
"선후배 덕망이 오늘의 영광을 가져다 준 것 같습니다."
지난 1월 여성 최초로 NH농협은행 연천군지부장에 취임한 이수정(52)씨는 '금녀'의 벽을 깬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여성이 한 지역의 농협은행장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있는 일이다. 농협은 그만큼 남성중심의 조직문화를 가졌다.
게다가 연천은 군사문화가 겹쳐 남초 현상이 더했기에 이씨의 지부장 승진은 농협 전체에도 의미가 컸다.
경민여자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1981년 농협 양주군지부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한 그의 농협인생은 어느덧 36년 차에 접어들었다.
5남매 중 셋째 딸로 태어난 그는 녹록지 않은 가정형편으로 대학캠퍼스의 꿈을 접고 실업계 고교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배움에 대한 열망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고, 전문대를 거쳐 2009년에는 드디어 서울산업대 경영학과 졸업장을 거머쥐었다.
여신업무 특성상 그녀에게 숨가쁜 업무가 연속됐지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휴일이면 학교 도서관에서 시험을 준비했다.
2013년 군 지부 부지점장으로 발령나자 그의 현장 업무는 배로 늘었지만, 하루하루 작은 목표를 세우면서 실천에 앞장섰다.
'작은 일에도 정성을 다해야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그녀만의 신념을 바탕으로 내근과 현장업무에 심혈을 기울였다.
'남초 지역이기 때문에 여성의 부드러움과 섬세함을 극대화 시킬 수 있다'는 장점을 살려 나갔다.
이 지부장은 '여성인 내가 잘해야 후배들에게 길을 터줄 수 있다' 는 심적 부담을 늘 느꼈지만 그럴수록 후배들에게 꿈을 가지라고 조언하며 스스로를 다진 터였다.
수 년 동안 국내외 어린이 5명을 돕고 있는 그는 "늘 따뜻한 마음으로 고객을 가족처럼 대하고 싶다"며 "오지로만 인식되고 있는 연천을 즐겁고 비옥한 직장문화로 바꿔 '슈퍼리더' 양성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크게 웃었다.
연천/오연근기자 oy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