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개 지자체의 지방산업단지 조성 차질이라는 어쩌면 '지엽적'인 문제가 일파만파의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은 조 단위의 어마어마한 사업비가 투입되는 국가 기간망사업을 포함, 도시발전 및 시민편익과 직결되는 대규모 기반사업들이 연쇄적 무산위기를 맞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용인시의 '치명적 실수'로 인해 계획대로라면 올해 중 착공되어야 할 분당선 연장사업과 실시협약 조인식을 코앞에 둔 경량전철사업, 지역경제 및 도시 발전에 획기적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되던 역세권개발사업이 줄줄이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분당선 연장사업=오리~수원역간 분당선 복선전철 사업이 추진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대학교 공학연구소의 타당성조사를 통해 지난 97년 기본계획이 수립됐고 98년말에는 제1차 수도권 광역교통 5개년계획 심의가 확정되면서 이 사업은 수도권 남부지역의 교통난을 대폭 해소할 대표적 국책사업으로 주목받아왔다.

특히 수원과 용인 서부권 주민들은 서울 강남권과 한번에 연결되는 이 전철노선에 한껏 기대를 걸어왔고, 아파트 업체들도 앞다퉈 분당선 연장노선과의 접근성을 홍보하는 등 2008년 개통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온 분위기였다.

1조244억여원의 비용이 투입되는 이 매머드급 기반시설사업은 총 3단계로 나뉘어 시행된다. 사업시행 초기 국비(총 7천683억원)지원이 차질을 빚으면서 단계별 사업기간이 재조정되기는 했지만 오는 2005년까지 오리~죽전간의 1단계사업을 마무리하고 2008년까지는 죽전~기흥역간 2단계 사업이 완료될 예정이었다.

실제로 사업시행처인 한국철도시설공단측은 지난 2002년 오리~죽전 구간에 대한 시공에 착수했고 지난해말에는 죽전~수원간 노반 실시설계를 끝마친 상태다. 또 지난 9일에는 죽전~신갈간 1공구 토목시공업체를 선정하기 위한 모집공고를 내보냈고 녹십자부지 이전문제가 마무리되는대로 2공구(기흥~상갈) 노반공사 업체 모집에 나서기로 하는 등 2008년 완공목표에 큰 문제없이 사업이 진행돼 왔다.

그러나 2단계사업의 종착지라 할 수 있는 기흥역사 부지의 녹십자가 걸림돌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공장의 규모나 이전에 따른 기술적 부분을 감안할 때 최소한 몇년이 소요되다보니 시에서도 도시기본계획 수립과정에서 이 문제를 비중있게 검토했고 결국 봉명첨단산업단지가 최종 이전대상지로 결정됐다. 장기 행정계획인 기본계획에서 걸러질 성격의 문제는 아니라고 인정하더라도, 지난 2002년 한국토지공사와의 기본협약체결을 통해 줄곧 산업단지조성을 추진해온 용인시가 지난달말 사업에 필요한 공업용지 물량을 배정받고서야 해당부지가 상수원보호구역이라는 사실을 파악했다는 사실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시 내부에서조차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조속히 사태를 수습하지 못할 경우, 분당선 연장사업이 차질을 빚게 될 경우 당장 수지와 죽전, 기흥 등 용인시민은 물론 성남과 수원 등 인접 지역까지 직격탄을 날리게 된 셈이기 때문이다.

●용인경량전철사업=분당선 2단계사업의 종착역인 기흥역은 곧 용인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용인경량전철사업의 시발역이기도 하다.

시는 지난 96년 경전철건설 및 운영기본계획을 수립, 사업계획평가와 우선협상대상자 지정, 민간투자심의 완료 등 8년여에 걸친 행정절차를 통해 캐나다 봄바디사를 최종적인 민간사업참여자로 선정했다.

사업비 6천970억원의 용인경전철사업은 그동안 의정부, 하남 등 지지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다른 시군의 경전철 사업에 비해 '모범답안'으로 불릴만큼 순조롭게 진행돼 왔다. 2008년 경전철이 개통되면 하루 14만여명, 10년후엔 18만여명이 이용한다는 교통수요까지 파악돼 용인 동·서부를 잇는 기간사업으로 손꼽히기도 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위락·관광시설인 한국민속촌과 에버랜드는 물론, 오는 2006년 입주예정인 동백지구와 용인시청 주변의 시가지를 가로지르는 노선계획은 인근지역의 민간·공공분야 후속 사업계획에도 큰 영향을 줬다.

그러나 분당선과의 환승기능을 담당할 가장 중요한 역사부지가 상수원보호구역 규제에 따른 녹십자 이전 불가라는 암초에 부딪치면서 원활한 사업추진은 커녕 당장 오는 27일 거창하게 치러져야할 민간사업자실시협약 조인식의 꼴마저 우스워질 처지에 놓이게 됐다. 용인시민들은 동백지구 입주가 완료된뒤, 행정타운이 준공된 뒤에도 몇년이 지나서야 경전철 관련 공사를 지켜봐야할지도 모른다.

●역세권개발사업=시가 지난 2002년 한국토지공사와의 협약을 통해 추진해온 역세권 개발계획은 분당선 연장, 용인경전철사업과 연계된 지역발전 플랜이다. 두 철도사업의 환승지점을 대규모 역세권으로 개발하고 남사봉명산업단지를 개발해 그곳에 현 녹십자를 이전시키며 산업단지 주변에 배후주거단지를 조성한다는 것이 '용인구갈 역세권 도시개발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