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삼성전자 이전문제로 진통을 겪었던 수원시의 전례에 비견될 만큼 용인에서 녹십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문제가 되고 있는 기흥읍 구갈리 일대의 녹십자피피엠(주)와 녹십자백신(주)외에 포곡과 모현, 구성 등 곳곳에 위치한 녹십자 관련 법인체만 50여개에 달한다.
당장 공장이전에 차질을 빚게된 기흥 녹십자 3개 법인의 지난해 매출액은 녹십자피피엠 1천200억여원을 비롯, 모두 2천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순수 종사자가 600명이 넘고 용인시에 납부하는 지방세만 연간 6억6천여만원이다.
기업운영과 시장경제 차원에서 거론돼야 할 문제이긴 하지만, 만약 녹십자가 다른지역으로 이전할 마음만 먹는다면 해당 지자체들이 앞다퉈 총력적인 유치전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 어렵지 않다.
그러나 이같은 외형적 잣대외에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은 바로 녹십자가 지난 67년 설립이후 용인시와 성장을 함께하는 대표적 '향토기업'이라는 사실이다. 민원을 야기하는 굴뚝산업이 아닌, 기술력으로 고부가가치를 올리는 연구개발업종이라는 점에서도 용인시민들의 남다른 사랑을 받아왔다. 녹십자 관계자 스스로도 '우리는 용인에서 성장한 용인의 기업'이라고 밝히는데 거리낌이 없다.
녹십자의 공장이전은 녹십자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용인시 및 용인시민들의 이익을 위해 결정된 측면이 강하다.
수도권 남부지역 교통대책의 일환으로 추진된 분당선 연장사업은 당초 오리역을 출발, 죽전과 신갈 지역을 거쳐 수원 영통(영덕역)으로 연결하는 노선계획이 수립됐었다. 이같은 기본 노선계획이 알려지면서 용인시는 '광역전철이 한국의 대표적 관광지인 민속촌과 수만명의 유동인구를 갖춘 경희대를 경유하지 않는것은 말이 안된다'며 철도청에 노선변경을 강력히 요청하고 나섰다. 당시 시장이 건교부와 철도청을 수차례 방문하는 등 적극적인 노선유치를 시도한 끝에 철도청의 전향적 입장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10만여명이 거주하는 영통지구를 피해 갈 수 없다는 수원시의 반발이 뒤를 이었고, 두 지자체간의 팽팽한 입장차이는 결국 경기도가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면서 서로 한발씩 물러나는 절충형 노선을 탄생시켰다. 이 변경된 절충안에 의해 새롭게 역사부지로 결정된 곳이 바로 현재의 녹십자 부지다.
이 과정에서 철도청이 수만평에 이르는 녹십자의 이전문제를 절충 노선의 걸림돌로 지적하자, 도와 용인시는 '이전에 적극 협조한다'는 녹십자의 동의를 얻어 노선변경의 '조건'을 수용했다. 결국 용인시가 녹십자 이전을 책임지기로 한 셈이라는 얘기다.
시는 그러나 2001년 8월 분당선 전철노선의 변경이 결정된 후 만 3년이 지나도록 이전 대상지의 기본적인 입지여건조차 챙기지 못하는 이해못할 행태를 보여왔다.
그동안 분당선 사업시행처인 한국철도시설공단측이 수차례에 걸쳐 대책마련을 요구해 왔고, 한국토지공사측과 역세권개발 및 녹십자 이전을 위한 첨단산업단지 개발 관련 협약을 체결한 이후 1년8개월여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에도 이를 짚어내지 못했다.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뛰어다녀야 할 지자체가 멀쩡한 관내 우량기업을 내쫓아 버린다는 비난도 여기에서 기인한다.=용인
[어처구니 없는 용인시 행정] 이전부지 잃은 녹십자
입력 2004-07-27 00:00
수정 2021-08-31 17:06
지면 아이콘
지면
ⓘ
2004-07-27 0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
-
투표진행중 2024-11-22 종료
법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벌금 100만원 이상의 유죄가 최종 확정된다면 국회의원직을 잃고 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됩니다. 법원 판결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