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기업 어디로 가나?'

용인시의 첨단산업단지 조성계획이 상수원관련 규제에 걸려 무산 위기에 처하면서 그동안 시의 이전부지 마련 대책에만 의존해온 녹십자(주)의 타지역 이전문제가 새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시는 특히 당초 철도청이 계획했던 분당선 노선을 용인쪽으로 연장 변경시키는 과정에서 녹십자 이전을 책임진다는 '조건'을 내걸었던 것으로 확인돼 이전 대책이 조기수립되지 않을 경우 '지자체가 지역 기업을 내쫓는다'는 비난에 직면하게 됐다.

녹십자부지는 지난 2001년 분당선 노선계획을 놓고 용인시-수원시가 팽팽한 입장차이를 보이다 경기도의 중재로 노선이 변경되면서 현 기흥역 부지로 최종 결정됐다.

당시 용인시는 분당선이 한국민속촌과 경희대를 경유해야 한다며 용인 신갈지점에서 수원 영덕쪽으로 연결될 예정이던 당초 노선계획의 변경을 요구했고 수원시는 영통지역 노선배제를 이유로 변경불가를 고수하며 대립, 결국 기흥역, 상갈역까지 연장되는 현재의 절충형 노선이 확정됐다. 이 과정에서 시는 '역배치를 위해서는 녹십자부지의 이전이 선행돼야 한다'는 철도청 문제 제기에 같은해 7월 '이전에 적극 협조한다'는 내용의 공문까지 첨부, 사실상 녹십자 이전을 책임지기로 했다.

그러나 이전 대상지로 추진해온 봉명산업단지가 상수원관련 규제에 의해 조성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시가 최근에야 파악, 분당선 등 대형사업의 연쇄 차질이 불가피해지면서 최악의 경우 향토 우량기업의 타지역 이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분당선사업 시행처인 한국철도시설공단측은 “현재로선 다른 공구에 대한 공사를 우선시행하면서 녹십자 이전문제의 해결을 기다릴 수밖에 없지만 국책사업이자 수도권남부 교통대책을 위한 광역전철사업이 언제까지 지연될 수는 없다”고 밝혀 공단차원의 별도 대책마련 가능성을 시사했다.

녹십자 인근 기흥지역 주민들은 “지역경제에서 녹십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중요하지만 전철개통과 역사설치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며 “시의 안이한 대처로 분당선사업이 지연된다면 차라리 녹십자가 당장 이전 가능한 곳으로 옮겨야 하지 않느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녹십자 관계자는 “시에서 이전부지 조성을 추진해온 만큼 회사도 당연히 시가 조성할 산업단지로 이전한다는 방침이었다”며 “용인의 향토기업으로서 타지역 이전은 검토해 본 적이 없지만 공단조성이 차질을 빚는 것은 큰 일”이라고 말했다. =용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