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단지 조성 대상지의 상수원보호 관련 규제문제를 놓고 뒤늦게 허둥거리는 용인시의 모습을 지켜보면 잘못 꿰어진 단추, 혹은 이리저리 얽혀 어디서부터 풀어야할지 모르는 엉킨 실타래를 연상케한다.
시 내부에서조차 '어떻게 이런일이 생길 수 있느냐'라는 탄식이 흘러나올 상황이라면, 대규모 사업의 추진을 지켜보며 그 완성을 손꼽아 기다렸던 시민들이 느끼는 허탈감은 쉽게 짐작이 가능하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대규모 현안들의 연쇄 차질이라는 엄청난 파장에 대한 우려와 함께 도대체 왜 상황이 이 지경에 까지 이르렀는지에 대한 원인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또 책임소재를 가리기 위해 연연하기 보다는 현 상황에서 최상의 대책은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사태의 신속한 수습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사태의 원인=기본계획 수립과정에서 '일개' 개별법에 의해 규제사항이 걸러지는 것은 아니라고 해도 적어도 분당선 연장 노선이 결정된 2001년 8월 무렵, 경전철사업과 역세권개발사업이 본격화된 2002년 무렵, 백번을 양보해 남사 북리지역으로 예정돼 있던 공장집단화 대상지가 봉명첨단산업단지로 변경되던 지난해 부터는 문제가 제기됐어야 했고 이를 풀어나가는 노력이 시작됐어야 했다. 용인시의 대표적 현안으로 분류됐던 이들 사업이 각각 독자적 성격의 개별사업이 아닌, 연계사업이자 후속사업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왜 삼척동자까지 뻔히 알 수 있는 문제를 용인시가 수년동안 수수방관하고 있었을까?
관계자들은 시 조직체계의 허점과 공무원들의 무사안일주의를 그 첫번째 원인으로 꼽는다. 도시기본계획수립 단계, 대형사업들의 추진 단계에서 용인시는 '업무분장'이라는 허울아래 부서별로 각자 '맡겨진' 일의 처리에만 급급했을뿐, 능동적 문제 제기는 고사하고 부서간의 업무협의는 철저히 외면해 왔다. 첨단산업단지 조성 관련 부서들은 공업용지 물량배정이나 도시계획 등 기본적인 사안에만 매달렸고, 상수원 관련 부서들은 '주무 부서'에서 이에 대한 문제 제기가 없다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었다. 축구선수들이 서로 자기 포지션을 넘지 않으려고만 애썼을 뿐 정작 골을 넣기 위한 패스나 전술, 작전 따위는 전혀 신경쓰지 않은 꼴이다. 시의 주요 현안사업을 추진하면서 이를 총괄 관리하는 기능과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태 수습방안=시는 이번 사태가 쟁점화되자 매주 부서별 대책회의를 소집하고 원인규명을 위한 자체감사에 착수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사태의 근본적 원인이 부서간의 유기적 협조, 능동적 행정처리가 뒷받침 되지 못한 데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시는 상수원보호구역 문제가 당면한 산업단지 조성사업은 물론, 남사면 전체의 장기적 도시개발계획에도 심각한 걸림돌이 된다고 보고 보호구역 해제를 위한 구체적 대안들을 마련중이다.
또 분당선연장 등 대형사업의 연쇄 무산을 막기 위해 우선 시급한 산업단지 조성 대상지를 변경해 다른 곳으로 대체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와 함께 사업의 직접적 걸림돌이 되고 있는 현행 사전환경성검토 업무편람의 재해석, 또는 특례조항 삽입을 중앙정부에 요구하는 작업도 진행중이다.
그러나 법적, 제도적 차원의 문제 해결과 병행해 시급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 바로 '정책적' 해결 노력이라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일'은 용인시가 저질렀다지만, 사태의 파장이 용인시 자체적인 문제에 끝나지 않고 국책사업인 분당선연장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경기도 차원, 필요하다면 정부 차원의 해결책 모색이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상수원보호구역 문제 역시 용인시 남사일대의 장기개발계획은 물론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도 걸림돌이 된다면 근본적 해결책이 제시돼야 한다. 두 지자체가 각자 자신들의 이해관계만 따지고 해묵은 지자체간 분쟁으로 이어진다면 결국 그 피해는 애꿎은 시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원죄'를 풀기 위한 용인시의 노력과 함께 도가 적극적으로 나서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용인
[어처구니 없는 용인시 행정] 4. 원인과 대책(끝)
입력 2004-07-29 00:00
수정 2021-08-3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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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29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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