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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용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 인천 지역 대표.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

2살 아들 간질성 폐렴 원인도 몰라 막막
제조업체 소비자 무시 유족 고통의 세월
불매운동 이어 내달 피해보상소송 진행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업체들을 소환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은 지난 2001년부터 임신부와 영유아 등 143명이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다 숨진 사건이다.

인천 지역에서도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피해자가 9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2011년부터 현재까지 파악된 인천지역 피해자는 61명으로 이 중 18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박기용(45)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가족모임' 인천지역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됐지만 제조 업체들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우리가 입은 피해는 과연 누구 때문에 발생한 것이냐"고 울분을 토로했다.

박 대표는 지난 2006년부터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다고 한다. 그는 "아이가 있으면 집 안에 습기가 많아야 좋다는 말을 듣고, 가습기를 24시간 틀어놓았다"며 "그 당시에는 대부분이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기 때문에 아무런 의심 없이 마트에서 제품을 구입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그러던 중 당시 2살이었던 아들의 몸에 문제가 생겨 병원에 갔더니 '간질성 폐렴'이라는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박 대표는 "당시 병원에서는 왜 우리 아이에게 폐섬유화(폐 세포가 딱딱해져 호흡 기능을 못 하는 증상) 현상이 생기는지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다"며 "우리 아이가 왜 아픈지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시간만 흘러갔다"고 말했다.

결국, 박 대표의 아들은 2012년 재검사를 받았고,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폐섬유화가 진행된 피해자로 인정받았다.

박 대표는 "우리 아들은 어린 나이에 폐가 손상됐기 때문에 상처를 평상 안고 갈 수밖에 없지만 다른 폐가 자라면서 상처나 이런 부분을 덮어주기 때문에 일반인과 비슷한 폐활량 정도가 됐다"며 "하지만 나머지 많은 유족들과 피해자들은 지금도 산소호흡기 통을 다는 등 고통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씁쓸해했다.

피해자와가족모임에서는 제조 업체들의 제품 불매 운동은 물론 다음 달부터 피해 보상 소송에 들어갈 방침이라고 한다. 이를 통해 보상을 받으면 피해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사람들을 지원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수백 명의 사람이 죽었지만 제조 업체들은 지금도 잘못한 것이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기업들은 우리 피해자들이 스스로 물러나기를 바라며 버티고 있는 것 같다. 이는 우리 국민이나 소비자를 무시하는 태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이들의 죄를 입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