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사일 새참 그대로… 멸치육수에 9가지 재료 '환상 궁합'
경기도 광주 경안시장에는 '강원도의 맛'이 숨어있다.
옹심이, 장칼국수를 주 메뉴로 내세운 '참맛 칼국수'가 그 주인공인데, 특별히 맛을 알고 찾아오는 손님이 아니고는 시장 사거리 골목에 감춰진 이 집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을 듯하다.
하지만 주인장은 단골 손님이 많다고 한다. 박정수(39)·곽은숙(38) 부부는 "오셨던 분들이 다시 찾아주시는 게 마음이 뿌듯하다"며 "꼭 일주일에 두 번, 장칼국수 두 그릇과 밥 한 공기를 시켜 드시는 50대 남자 두 분, 한달에 두번꼴로 남자친구와 밤에 찾아와 옹심이를 먹는 20대 아가씨 등 안면 익은 손님이 많다"고 특이한 억양을 구사하며 자랑을 늘어놓는다.
부부는 강원도 동해 출신. 타지로 나와 산 건 광주가 처음이다. 아들의 병치레로 병원 드나들기 좋은 광주에 자리잡은 지는 6년.
경안시장에 가게를 낸 것도 불과 3개월밖에 안된다. 그런데 '외지인'이란 사실이 음식점을 하기엔 외려 도움이 됐다. "손님들이 입간판에 적어 놓은 강원도 토속 음식을 보고 반신반의하고 들어오는데 우리 말씨를 보고 웃고 맛을 보고 다시 찾는다"는 것. 박 사장은 "사실 이 앞에서 고향분들 많이 본다"고도 덧붙였다.
모든 요리는 곽 씨의 시어머니 강옥순(62) 씨 손 맛이다. 역시 강원도 옥계 출신으로, 10살 때부터 농사일 하던 일꾼들의 점심을 지어온 터라 세월만큼 자극적이지 않고 깊이 있다.
생감자 반죽이 육수에 녹아나와 투명한 얼음이 얹혀 진 것 같은 비주얼의 옹심이는 감자를 갈아 반죽해 동그랗게 빚어 멸치육수에 익혀 낸다. 구수한 국물에 부드럽고 쫄깃한 옹심이가 잘 어울린다.
장칼국수 역시 멸치육수에 푸는 장이 핵심인데, 고추장은 물론 고춧가루도 두 종류가 들어가는 등 모두 9가지 재료가 어울려야 그 맛이 난다. 특히 된장은 강원도에서 막된장을 직접 공수, 장 맛을 유지하려 애쓰고 있다. 칼국수 반죽도 직접 빚어 하루를 숙성해 준비한다.
감자전은 주문 즉시 감자를 갈아 만들어 감자 녹말이 입에서 녹는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재료는 사서 써도 모든 요리를 손수하는 데도 통하지 않는 맛이 있었다. 안주인 곽 씨는 "메밀전병 소는 본래 쉰 김치를 이용했는데 손님들이 꼭 남기고 가, 김치를 겉절이로 바꿨더니 남기는 거 없이 드시더라"고 말했다.
장칼국수 멸치육수에 홍합을 넣은 것도 오는 사람마다 바지락 칼국수를 찾아 강원도 자존심을 약간 양보한 것이란다. 곽 씨는 "광주에 온 이상, 이 곳 분들의 입맛도 존중하고 있다"며 "더 맛있게 강원도 음식을 즐기도록 애쓰겠다"고 다짐했다.
참맛 칼국수는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8시30분까지 영업한다. 메뉴는 5천~6천원 선. 위치: 경기도 광주시 경안로 25번길 10-3. (031) 763-3861
/이윤희기자 flyhig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