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량 득점 흥행 불 지펴
시즌 침체-상승 분위기서 만나


박찬하 해설위원
박찬하 해설위원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가 겨루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엘 클라시코'. 런던의 수많은 연고 팀이 겨루고, 머지사이드 주와 맨체스터를 대표하는 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의 더비들. 형성 과정은 각기 차이를 보이지만 모두 역사와 전통을 지닌 각 리그의 명품 경기들이다.

이 경기들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고 경기장을 찾거나 TV로 시청하는 팬을 더욱 뜨겁게 만든다. 그래서 여러 사건 사고도 뒤따르고 선수들의 투쟁심도 하늘을 찌른다. '절대 질 수 없는 단 한 경기. 라이벌 그 자체'. 우리 K리그에도 수원 삼성과 FC서울의 '슈퍼 매치'가 있다.

해외 더비가 일반적으로 지역, 정치, 문화, 종교, 계층 등의 차이에서 비롯됐다면, 우리 더비는 조금 다른 의미를 지닌다. 대한민국 프로 구단 특성상 종목을 불문하고 기업과 기업의 싸움은 라이벌 형성 구도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해왔다.

따라서 삼성과 LG의 대결(현 FC 서울의 모기업은 LG가 아닌 GS) '슈퍼 매치' 역시 다양한 분야가 종합적으로 함축돼 축구판에 집약된 결과다. 단지 축구라는 종목 하나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라이벌 요소가 존재한다는 얘기다.

물론 온전히 축구만 파고들어도 두 팀은 K리그에서 아주 뜨거운 이슈들을 생산해냈다.

한때 같은 팀의 감독-코치 사이였던 김호 감독과 조광래 감독의 신경전, 현 수원 삼성 서정원 감독의 선수 시절 이적 파동, 서포터 간의 충돌, 차범근 감독과 터키 출신 셰뇰 귀네슈 감독의 승부 등 90년대부터 굵직한 이야기들이 K리그 역사를 장식해 왔다.

경기는 치열했고 두 팀의 열광적인 팬뿐 아니라 대중에게도 통하는 K리그의 자랑거리가 됐다.

하지만 두 팀은 한때 단 1경기에 지나친 관심이 쏠리면서 부담감을 갖기도 했다. 라이벌전이라는 흥행요소를 살리는 재미보다는 패하지 않으려는 지루한 경기의 연속이었다. 히트 상품의 질 좋은 이야기보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대중의 관심은 식어갔다.

그런데 그런 흐름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지난 시즌부터다. 수원 삼성이 홈에서 FC 서울을 5-1로 대파하며 흥행에 불을 지폈고, FC 서울도 9월과 11월 모두 7골을 터트리며 복수에 성공했다. '슈퍼 매치'를 다시 진열장 상단으로 끌어올리는 전환점을 마련한 순간이다.

이번 시즌에도 두 팀은 공격적인 매력을 뽐내려 한다. 공격이야말로 이 슈퍼 매치의 치열함과 인기를 지속시켜줄 무기다. 전반적인 분위기를 보면 적은 득점 속에 경기가 끝날 것 같지는 않다. 특히 수원은 다소 침체된 분위기 반전을 노린다.

서울을 잡고 기세를 몰아 AFC 챔피언스 리그 조별 리그 마지막 상하이 상강과의 6차전까지 가져간다는 계산이다. 노장이 지키는 수비와 권창훈을 앞세운 젊은 패기가 어우러졌다. 서울은 이번 시즌 우승 후보답게 리그 6연승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6경기에서 무려 16골을 터트릴 정도로 뛰어난 결정력을 자랑하는데 아드리아노, 데얀, 박주영으로 구성된 '아데박'공격 3인방이 있어 자연스럽게 공격적인 자세를 취할 수 있다. 지난 시즌 마지막 슈퍼 매치에서 1경기 4골을 터트린 조커 윤주태도 빼놓으면 안 된다.

일부는 두 팀의 라이벌 관계를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걸어온 길이 다르고 지향하는 바에서도 차이가 있다고 느낀다. 그래도 K리그 클래식 12팀 가운데 절대 지고 싶지 않은 팀을 딱 1팀만 꼽으라면 어디를 고를까? 바로 그 두 팀의 첫 경기는 4월 30일 토요일 오후 3시 수원 월드컵 경기장에서 펼쳐진다.

/박찬하 해설위원

※위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