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문화유산-장정순양태
장정순 장인이 만든 양태. /경기문화재단 제공

죽사로 만든 갓의 챙 부분 '양태'
꼬박 한 달 걸리는 섬세한 작업
고유의 다이아몬드식 직조 창안
아름답고 견고한 결과물 자부심


우리는 봉이 김선달이 제주도의 말총을 매점매석하는 바람에 당시 갓의 가격이 폭등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에 익숙해 있기에, 말총만으로 갓을 만드는 줄로만 알고 있다. 그러나 햇빛을 막기 위한 챙 부분은, 대나무를 명주실처럼 다듬어서 만든 죽사(竹絲) 즉 대오리를 엮어서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갓의 챙을 전통용어로 양태(凉太)라 부르고, 양태를 만드는 장인을 양태장(凉太匠)이라 일컫는다.

조선시대 양태의 본고장은 제주도였고, 삼양동은 그 중심지였다. 이곳에서 태어나서 우리나라 양태제작의 전통 맥을 잇고 있는 장인이, 바로 오늘 소개할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51호로 2010년에 지정된 양태장 장정순(69)이다.

제주도 출신임에도 그녀를 경기도 인간문화재로 지정했던 이유에 대하여, 당시 경기도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그녀는 제주도 무형문화재 제12호 고분양태장인 송옥수(당시 85세)의 딸로 이 분에게 어려서부터 기능을 전수받아 전승계보가 뚜렷하고, 기량이 매우 뛰어나기 때문이다."

제주도 삼양동의 아낙들은 나라에 공납으로 바치기 위해, 또는 수입을 위해 부업으로 양태를 만들었으니, 장인의 기술은 3대가 아니라 누대(累代)의 가업을 이은 전통(傳統)이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정통(正統)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장인은 전통 기법에 자신의 새로운 기법, 이른바 '다이아몬드식' 직조방법을 창안해 내었다. 이 방식으로 만들어진 양태는 흔들림과 뒤틀림이 없으며 겉과 안쪽이 모두 매끄러워 곱게 보이고 짜임새가 고르고 견고하다.

또한 다이아몬드 무늬로 직조되어 아름답게 보이고 탄탄하다. '장정순식 양태기법'이라 특허를 낼 수 있는 이 기법에 대하여 장인은 엄청난 자부심을 지닌 듯하다. 어쨌든 새로운 전통은 한 세대를 시간 단위로 해서 생겨난다는 법칙이 맞는 소리인 것 같다.

양태는 머리카락보다 가는 대나무실을 옷감 짜듯이 엮어서 만드는데, 적어도 24단계의 공정을 거치며, 제대로 된 명품을 만들려고 하면 꼬박 한 달은 걸린다. 더하여 대나무를 깎고 다루어서 명주실같은 섬유질의 실을 뽑아내는 매우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한편으로 씨실에 날실을 엮어나가는 단순 반복의 작업이기에, 엄청난 인내와 집중력이 요구되는 작업이기도 하다. 또한 아주 촘촘하게 죽사(竹絲)를 짜나가는 미세작업이기에 눈이 혹사될 수밖에 없는 고역이기도 하다. 이렇듯 힘든 양태 작업을 장인은 2012년부터 100개 제작을 목표로 정진하고 있다.

이는 의지력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닌 듯하다. 아마도 집중에서 오는 몰입(沒入)과 침잠(沈潛), 그에 따른 무념무상의 희열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참된 예술 작업이 그렇듯이….

요사이 특수 업종을 제외하고는 갓을 쓰는 사람은 없다. 따라서 양태의 수요는 그야말로 판매 절벽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얼마 안 되는 수요마저 방충망으로 만든 값싼 저질 제품이 잠식하고 있다. 이러니 장인이 만든 명품은 더욱 설 자리가 없다.

한편, 미래가 보장될 수 없으니 전수자도 없다. 따라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책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하겠다. 이를 위하여 경기도 공공 박물관이 앞장서서 장인의 재현품을 전시·교육 자료로 수장해주고, 주요 수요처인 경기도립국악단이 앞장서서 구매해 주었으면 한다.

이 정도만으로도 양태의 명맥을 유지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참고로 장정순 장인은 양태뿐만 아니라 완제품인 갓도 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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