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학률만 능사아냐" 인성교육·지역사회 공헌
매주 토요일 타학과 체험 '열린길 체험학교'도
"지금까지 설렘의 시기… 앞으로 10년 도약" 다짐
1960년대 고양지역은 지금의 100만 도시 위용과 달리 전형적인 농촌이었다. 먹고살기도 빠듯했던 당시 교육환경은 열악하기 이를 데 없었고, 특히 여성들에 대한 교육은 철저히 외면당했다.
옛 고양군에서 과수농장을 경영하던 고(故) 송준화(1917~1995) 선생은 이 같은 여성차별 정서를 늘 안타까워하다가 1969년 사재를 모두 내놓아 고양여자중학교를 설립한 데 이어 1974년 고양여자상업고등학교(백송고의 전신)를 세웠다.
지역 여성인재 배출의 산실이던 고양여중은 이후 고양예술고등학교로 옷을 갈아입고 지난 2006년 첫 신입생을 받았다.
올해 개교 10주년을 맞은 고양예고는 250여명의 전문 강사진과 대학교 수준의 시설 등 아낌없는 투자에 힘입어 그동안 서울대·연세대·서강대·성균관대 등 전통의 명문은 물론, 예술분야 명문인 한예종·중앙대·동국대·서울예대 등에 수많은 학생을 진학시키며 경기북부 최고의 예술교육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환일고와 예일여고 등 인문계 고교에서 30년 넘게 교편을 잡고 지난해 3월 취임한 김덕천(63·사진) 교장은, 그러나 진학률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흙과 함께 평생을 살았던 설립자의 '종과득과(種瓜得瓜) 종두득두(種豆得豆)' 신념에 따라 학생들이 사회의 이로운 존재가 되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아버지와 함께하는 산행' 등 다양한 인성 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아이들이 정직하고 성실하게 자라야 사회 전체가 건강해지지 않겠습니까. 예술인으로서의 기능과 진학률도 중요하지만, 제가 가장 바라는 건 우리 아이들이 사회에 나갔을 때 '되바라졌다'는 말을 듣지 않는 것입니다."
김 교장은 고양예고만의 특장점으로 '열린길 체험학교'를 꼽았다. 1·2학년생들이 교과수업이 없는 토요일에 다른 학과 전공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은 평소 접하지 않던 문화체험을 통해 새로운 자기를 발견하고 예술적 영감을 얻는다. 고유 양식을 개발, 학생 상담내용을 상시 기록하는 것도 차별화된 부분이다.
"고양예고 선생님들은 숨겨진 원석을 다듬어 빛나는 보석으로 빚어낸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어떤 씨앗을 심느냐에 아이들의 미래가 뒤바뀔 수 있기에 선생님들이 나태할 틈이 없습니다."
고양예고는 지역사회 공헌에도 힘쓰고 있다. 중학교 1·2학년생을 대상으로 '예술영재교육원'을 운영하고, 평상시에는 시민들에게 문화생활을 제공한다. 이달에는 오는 18일 학교 대극장에서의 개교 10주년 기념식을 시작으로 특별 전시회와 무용·연극 공연이 예정돼 있다.
김 교장은 "지금까지 10년이 설렘의 시기였다면 앞으로 10년은 도약의 시기로 뛰어오르겠다"고 힘줘 말했다.
고양/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