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인·귀신 저지르는 살인등
'황당무계' 코드들 의식적 구성
서서히 관객 조이는 스릴 오싹
곽도원 리얼한 연기력에 '공감'
감독 : 나홍진
출연 : 곽도원, 황정민, 천우희
개봉일 : 5월 12일
미스터리·스릴러 / 15세 관람가 / 156분
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황당무계한 이야기라도 자꾸 들으면 믿게 된다는 뜻이다. 일종의 세뇌인데 이런 식의 수사는 사기사건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뒷산에 금괴가 묻혀 있으니 채굴비용을 내라든가 '내가 대통령 친척인데' 등으로 시작하는 얼토당토 않는 이야기라도 타고난 달변가들에 의해 반복적으로 듣다 보면 멀쩡한 사람도 이를 신념처럼 믿게 된다. 나홍진 감독의 신작 '곡성' 역시 다분히 '사기적'이다.
영화는 그간 한국 관객들이 선호하지 않은 코드들을 의식적으로 모조리 끌어모아 놓은 느낌을 준다. 조용한 시골 마을에 의문의 살인 사건이 계속 발생하고, 감독은 영화 초반부터 이 사건들의 범인이 사람이 아닌 악령의 소행이라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제시해버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타난 것 역시 무당이라는 영적인 존재다.
범죄수사와 무속인, 악령의 존재 등은 한국 영화계에서 잊을 만 하면 나오는 소재지만 그간 개봉한 영화들의 흥행성적이 말해주듯 관객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한 코드들이다.
그러나 반박이 불가능한 연기파 배우들로 구성된 출연진은 그 특유의 몰입감으로 이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믿게 만든다.
'범죄와의 전쟁(2012)', '타짜-신의 손(2014)' 등 기존 작품에서 강인한 역할의 배우로 각인돼 있던 주인공 곽도원은 겁 많은 시골 경찰이 어린 딸을 위해 광포하게 변해가는 점층적 캐릭터를 선보여 눈길을 모았다. 평범한 역할을 가장 자연스럽게 연기하니 극 중 인물에 대한 관객들의 공감은 배가 된다.
출연작을 모두 흥행작으로 이끌고 있는 '국민배우' 황정민의 비중은 예상과 달리 극히 적다. 그는 필요한 부분에 꼭 필요한 연기만을 하며 사건의 실체를 찾아가는 과정의 궁금증을 더욱 증폭시킨다.
별다른 대사 없이 표정만으로 사건을 혼란에 빠뜨리는 '외지인' 쿠니무라 준과 선역인지 악역인지 종잡을 수 없는 '무명' 천우희 역시 더하고 뺄 것 없이 관객을 황당무계한 이야기 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심지어 악령이 씐 딸을 연기하는 아역 김환희 역시 14살이라는 어린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신들린 듯한 연기력을 보여준다.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믿게 된 관객들에게 남은 것은 미칠듯한 오싹함이다. 2시간이 넘는 긴 런닝타임 동안 영화는 숨통을 서서히 조이며 스릴을 강화시키는 새로운 스타일의 긴장감을 선사한다. '추격자'와 '황해'를 거치며 파워풀한 구성력을 인정받은 나홍진 감독의 군더더기 없는 연출 역시 긴장감을 더하는 또 다른 요소다.
/권준우기자 junwoo@kyeongin.com · 사진/이십세기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