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아들 보살핌 절실… 10여년전 찾은곳
인권논란사태 시설와해 불안감 '눈시울'
"속히 정상화… 아이들 전처럼 지냈으면"
"우리 아들보다 딱 하루만 더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광주에 소재한 사회복지법인 향림원의 부모회 회장을 맡은 문순남 씨의 평소 바람이다.
'장애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라며 눈시울이 젖어든 그녀는 우리 사회에서 장애아를 키우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우회적으로 설명했다.
문 씨의 아들은 올해 28살의 성년이지만 자폐증이 있다. 보살핌이 절실한 상황에서 10여년 전 전국 방방곡곡 장애시설을 전전하다 만난 향림원 산하 '향기로운 집'(실비장애인거주시설)은, 문 씨에게 그야말로 구세주와 다름없었다. 아들이 그곳에서 생활하면서 그녀의 어깨는 조금 가벼워졌고, 경제활동도 가능하게 됐다.
"저와 같은 처지의 분들을 만나보면 '전국의 시설이란 시설은 모두 찾아다녔다'는 분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믿고 맡길 시설이 많지 않다 보니 벌어지는 일이다. 그런 가운데 향기로운 집을 알게 됐고, 이곳에 다닌 이후로 아이가 많이 행복해졌다. 제 입장에서도 힘들기만하던 뒷바라지 생활에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여 자식을 통해 삶의 소소한 즐거움도 느끼게 됐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요즘은 이런 행복감이 깨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하루 4~5시간 이상 제대로 된 잠도 못 자고 생업에도 전념하기가 힘들다고 털어놓는다.
인권침해 논란으로 촉발된 이른바 향림원 사태가 자칫 시설의 와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 따른 것이다.
해당 논란은 향림원의 일부 혐의가 무혐의로 입증되며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이 와중에 들어선 임시이사회를 놓고 또 다른 갈등이 야기되며 시설에 아이를 맡긴 부모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했던 부모들이 나서 '향림부모회'를 꾸리고 사태수습에 나섰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오히려 일부에서 부모회의 진정성을 왜곡해 '향림원측에서 사주한 조직이 아니냐'는 음해에 시달리기도 했다.
문 씨는 "사실 판결에 의해 무혐의가 밝혀지면 조직이 바로 정상화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 뜻과는 다르게 향림원 사태가 정치적으로 변질되는 것을 보며 많이 속상했다. 왜 시설을 믿고 발전적으로 이끌어가려는 부모들의 말은 들어주지 않는 것인지 힘들다"며 "바람은 단 하나, 우리 아이들이 그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이곳에서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향림원은 지난해 말 임시이사회가 구성됐으며, 현재 3-4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횡령 등은 무혐의 처분받았으며 시를 상대로한 행정소송은 다음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광주/이윤희기자 flyhig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