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시행사 서로 미루는 일 '빈번'
지역배려 사업장 송도글로벌캠 꼽아
"인천 건설자재 업계를 위해 다리를 놓아 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건설현장이 인천에 있다고 해서 인천에서 생산되는 건설자재가 쓰이는 것은 아니다. 대형 건설사들이 오랜 기간 거래했던 협력업체의 검증된 자재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천 업체들은 대형 건설현장을 눈앞에 두고도 입찰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인천건설자재협의회(회장·박주봉, 이하 협의회)가 지난 2009년 5월 만들어졌다. 현재 각종 건설자재 등을 생산하는 70여 개의 업체가 회원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인천상공회의소가 힘을 보태고 있다.
이 협의회에서 회원사들의 발이 돼주는 일꾼이 있다. 협의회 실무위원회 상임위원장인 이종인(64) (주)경인기계 전무이사다.
"협의회는 우리 인천 건설자재 업계를 대신해 발주처 문을 처음 두드리는 일을 하는 곳이라고 보면 됩니다. 아무래도 개별 기업이 발주처를 상대로 영업활동을 하기가 쉽지 않죠."
이 전무이사는 "협의회를 대표해 발주처를 찾아가도 시행사는 실제 공사를 하는 시공사로 가보라며 미루고, 반대로 시공사는 입찰 시방대로 공사만 할 뿐이라며 시행사로 미루는 일이 허다하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협의회는 지난달 26일 인천상공회의소, 인천시 건설심사과 등과 함께 삼성바이오로직스 3단계 공사현장을 찾아 인천에서 생산되는 건설자재를 많이 사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무이사는 "(발주처인)삼성엔지니어링은 삼성바이오로직스 2공장 완공 때까지 지역의 건설자재 활용에 힘썼다"며 "이번에도 인천 업계를 배려하겠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듣고 왔다"고 만족스러워했다.
협의회는 그간 송도글로벌캠퍼스, 인천국제공항공사 제3터미널, 청라 로봇랜드, 송도 호반베르디움(아파트), 엠코테크놀러지 코리아(K5), 하나금융타운, 환경산업 실증단지 조성공사 등 인천의 대형 건설현장과 발주처 등을 찾아다니며 간담회를 열었다.
이 전무이사는 "지역 건설자재 업계를 배려하는 가장 모범적인 사업장은 현대산업개발의 송도글로벌캠퍼스(3단계) 건설 현장이었다"면서 "시행·시공사의 등록(협력)업체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지역 업체들에 현장소장 추천으로 가등록을 해 입찰기회를 주고, 발주처가 건축·토목·설비·전기 등에서 낙찰받은 업체에 지역 자재를 사용하도록 유도한다면 지역 업계에 큰 힘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제가 몸담은 (주)경인기계를 비롯한 인천 건설자재 업계, 그리고 더 나아가 지역사회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협의회 활동이 즐겁고 보람됩니다." (웃음)
/임승재기자 i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