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대회 강자' 전남 반격 기대
1983년 슈퍼리그 원년 멤버로 K리그 5회, FA컵 4회 우승을 차지했고 아시아 정상 (아시아 클럽 챔피언십, AFC 챔피언스 리그)에도 3차례 올랐다. 지금도 현역으로 활약 중인 이동국을 비롯한 황선홍, 홍명보, 고정운, 하석주, 최순호, 조병득, 박경훈 등 수많은 스타가 포철 사나이로 활약했었다.
아우 격인 전남 드래곤즈는 1994년 창단, 1995년부터 K리그 무대에 발을 내디뎠다. 리그 우승 경험은 없지만 컵대회의 강자로 군림하며 리그컵 3회, FA컵 3회 우승을 맛보기도 했다. 허정무 감독과 함께 리그 준우승, 리그컵 준우승, FA컵 우승을 이뤄낸 1997년의 기적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감격의 순간이기도 하다.
현 전남 드래곤즈 코치진인 노상래 감독, 김효일, 임관식 코치 등이 선수 시절 노란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또 김태영, 김도근, 최문식, 김남일 등도 전남 팬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제철가(製鐵家)는 한국 최초의 축구 전용 경기장을 만들 정도로 축구에 애착이 남다른 기업이었다. 포항에 세워진 스틸야드의 첫 개장일은 1990년 11월, 2년 후 광양에는 두 번째 축구 전용 경기장이 완성됐다. 이런 남다른 자부심을 나타내는 두 팀이지만 성적만큼은 조금 다른 행보를 이어갔다.
전남 드래곤즈가 2000년 이후 이렇다 할 행보를 보이지 못한 반면, 포항 스틸러스는 2000년대 이후 파리아스 매직, 황선홍 감독의 '스틸타카' (스페인의 패스 축구를 뜻하는 티키타카를 인용한)를 앞세워 강팀의 면모를 이어갔다.
특히 리그 마지막 라운드에 결승전처럼 치러진 2013년의 역전 우승은 K리그뿐 아니라 세계 축구 역사에도 희소가치를 남긴 명승부였다.
그런데 2016년은 형과 아우 모두에 묘한 분위기가 감돈다. 포항과 전남은 최근 몇 시즌 K리그에 불어 닥친 기업 구단 투자 감소에 직격탄을 맞았다. 그나마 빠르게 유소년 시스템을 갖춰 놓은 포항이 계속된 허리띠 졸라매기 속에서도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도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황선홍 감독과 주축 선수들이 떠나면서 혼란스러운 상황의 연속이다. 선수단은 지나치게 젊어졌고 최진철 감독 또한 K리그 수장으로는 경험이 없다. 전남은 개막 후 7경기 만에 리그 첫 승을 기록할 정도로 무기력한 모습이었다. 급기야 노상래 감독이 사임했다가 구단 만류로 다시 돌아온 웃지 못 할 사건까지 벌어졌다.
돌파구가 필요한 형제 중 먼저 위기를 통과한 쪽은 역시 조금 더 노련한 포항이었다. 형 포항은 전통의 명가답게 지난 주말 선두 FC 서울을 잡고 위기를 기회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시즌 첫 연승, 적지에서 서울을 잡으며 순식간에 순위를 끌어올렸다.
이제 전남 차례다. 순위를 절반으로 나눠 상위, 하위 그룹끼리 경쟁하는 스플릿 라운드까지는 아직도 24경기나 남았다. '쇠는 칠수록 강해진다고 하지 않았던가' . 시즌 초반 잠시 흔들리고 있지만 역사와 전통이 주는 자부심은 포항과 전남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박찬하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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