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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면 문학평론가
판타지는 신화적 장르이다. 이야기의 뿌리는 물론 엄청난 팬덤과 문화적 영향력도 가히 신화적이다. 판타지는 청소년 전용 스낵 리터러처(snack literature, 잠깐 즐겁게 소비하고 마는 문학)이며, 오컬트문학에 불과하다는 대중적 통념 또한 신화다.

어째서 그런가. 환상은 미메시스와 함께 모든 문학과 예술을 떠받치는 두 기둥이며, 동전의 양면이기 때문이다. 환상성과 환상적인 것을 배제한 예술과 문학이 어디에 있을 수 있단 말인가.

판타지의 정체성에 대한 최초의 이론적 탐구자인 T. 토도로프(1931~)는 초자연적인 것과 자연적(상식적, 합리적)인 것의 조합에 따라 작품을 '괴기문학―환상적 괴기문학―환상적 경이문학―경이문학' 등 네 범주로 분류한 바 있다.

초자연적인 내용이 자연적인 방식으로 해결되면 괴기문학이요, 초자연적인 내용이 초자연적인 방식으로 해결되면 경이문학이고, 환상문학은 뚜렷한 경계 없이 괴기문학과 경이문학의 교집합 같은 형태로 존재하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가령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초자연적인 사건이 인간에 의해 조작된 것이거나 자연적인 현상으로 판명되면 괴기문학이 되지만, 초자연적인 사건이 물리학의 법칙을 위반한 채 초자연적인 존재의 소행으로 밝혀진다면 이는 경악할만한 놀람의 문학, 곧 경이문학이 된다는 것이다. 환상문학은 이 둘 사이를 오가는 존재다.

반면 초자연적이고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먼 미래 혹은 아득한 과거의 이야기이거나 외계의 행성 또는 외계의 행성에 온 존재에 의해 발생한 사건이라면 이 작품은 SF가 된다. 이 같은 특성으로 인해 판타지는 자연법칙과 합리적 상식에 길들여진 독자들의 마음속에서 심리적 갈등을 일으키는 장르 곧 망설임의 문학의 성격을 띠게 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와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판타지는 크게 3개의 유형으로 분화되기에 이른다.

첫째, '반지의 제왕'처럼 현실세계와는 상관없이 아예 다른 세계(secondary world) 속에서 펼쳐지는 독립형이 있다. 둘째는 '해리포터 시리즈'처럼 현실세계와 환상의 세계를 나누고 이원화하는 분리형이고, 셋째는 '퇴마록'처럼 일상 현실 공간을 무대로 하여 초자연적인 사건을 다루는 혼합형이 있다.

분리형의 경우에는 '나니아 연대기'의 옷장,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 나오는 토끼굴, 그리고 '해리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9와 4분의 3 승강장 등처럼 현실세계와 환상의 세계를 이어주고 차원 이동을 가능하게 만드는 통로를 설정해 두는 특징을 보여준다.

현실의 경계에서 벗어나 아무런 제약이 없이 꿈과 이야기가 펼쳐지는 판타지는 얼마나 판타스틱한가. 인생을 살면서 이런 상상의 자유라도 한번 실컷 누려봐야 하지 않겠는가.

/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창작지원팀장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