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대왕 능행차 총감독 인터뷰 그13
최초로 진행되는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 재현 경기지역 총감독을 맡은 곽선근 감독이 수원화성에서 "정조대왕 능행차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면 나 한 몸 희생할 각오는 돼 있다"며 포부를 밝히고 있다.

'원행을묘정리의궤' 세계기록문화유산 등재… 220년 만에 능행차 '완벽 재현'
서울 등 지자체와 공조… 경기지역서 25.4㎞ 맡아 1830여명 인력·240필 말 동원
'18C 조선최고 생활문화 부활' 한국 대표축제·세계무형문화재 등재 가능성 활짝


수원화성 축조 220주년을 맞는 올해 수원시의 숙원사업이던 '정조대왕 능행차'가 원형대로 복원된다.

조선 22대 왕 정조(1776-1800)는 재위 24년간 모두 13차례에 걸쳐 사도세자의 묘소인 현륭원에 참배하기 위해 수원 화성행궁을 찾았는데, 수원시 등은 이중 가장 큰 규모로 이뤄진 세계문화유산 '원행을묘정리의궤'에 묘사된 1795년(정조 19년) 능행차를 오는 10월 8일과 9일 이틀에 걸쳐 복원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반쪽짜리에 그치며 아쉬웠던 정조대왕 능행차가 220년 만에 원형대로 복원된다는 소식에 기대감도 여느 때보다 크다. 특히 원형 복원으로 정조대왕 능행차는 수원 등 지역의 국한된 지역 행사를 넘어 세계적인 축제로 발돋움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역사적인 첫 줄을 장식할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 경기지역 총감독을 맡은 곽선근 감독을 지난 16일 만났다.

-최초로 진행되는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 재현에서 경기지역 총감독을 맡았다. 사명감과 책임감이 클 것 같은데 기분은 어떤가.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그 누구보다 기뻤다. 1996년부터 2011년까지 수원에서 진행된 정조대왕 능행차를 감독하고 이끌어 오면서 서울 창덕궁부터 수원 화성행궁까지 46㎞에 이르는 능행차의 원형이 복원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사실 그간 열린 정조대왕 능행차 연시 행사는 여건상 지역 안에서 이루어지면서 지역 문화 축제로서는 높은 성과를 이뤘으나, 원형이 그대로 복원되지 않아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학계에서도 정조의 화성행차 결과 보고서인 '원행을묘정리의궤'가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됨에 따라 이를 활용한 원형복원 필요성의 목소리가 컸다. 이에 기회가 주어진 만큼 완벽하고 성공적인 재현을 이룰 것이다. 사명감과 책임감은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잠도 잘 오지 않을 정도지만 정조대왕 능행차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면 나 한 몸 희생할 각오는 돼 있다."

-정조대왕 능행차 재현까지 5개월 남았는데, 진행 상황은 어떠한가.

"추진 일정에 따라 행사 기본 계획안이 확정됐고, 연출 및 운영인력계획 정도 등이 수립된 상태다. 아직 시간이 남았고 다음 달 지자체 간 MOU 체결 후 본격적으로 행사 준비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경기지역에서는 안양행궁-사근참행궁-지지대고개-만석거-화성행궁-연무대로 이어지는 25.4㎞를 맡아 진행하고 1천830여명의 인력과 240필의 말을 동원할 예정이다. 다음 달에는 출연진 선정 및 1차 접선을 완료할 계획이다. 운영 매뉴얼 및 시나리오 작성, 홍보물 제작도 다음 달 이후 진행된다. 이에 함께할 지원자를 모집하고 있으니 많은 참여를 부탁한다."

정조대왕 능행차 총감독 인터뷰 그16

-처음으로 서울시와 공동재현하는 만큼 우려도 큰 데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

"수원에서는 지난해까지 총 20회의 정조대왕 능행차를 재현해 왔다. 물론 수원에 국한돼 진행됐지만 수십년간 쌓아온 노하우는 그 누구보다도 많다고 자부한다. 때문에 서울 등 지자체와의 협조만 원활히 이뤄진다면 정조대왕 능행차를 원형으로 재현하는 데는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수원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어떤 것들이 있나.

"능행차는 서울에서 시작되고 수원에서 종료된다. 때문에 염태영 수원시장 등 시가 강조하는 것이 수원에서 펼쳐질 피날레 행사를 타 지자체보다 더 돋보이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는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할 계획이다. 220년 전 정조도 수원에서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 및 진찬연 등 잔치와 특별 과거시험을 진행했다. 구체적인 내용을 말할 수 없지만 올해 원형을 그대로 복원하는 만큼 수원만의 행사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이 갖는 역사적·문화적으로 가치가 클 것 같은데, 어느 정도인가.

"1795년 정조대왕 능행차는 단순한 전통문화를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세계문화유산(유네스코)으로 등재된 창덕궁과 수원 화성을 연결할 수 있는 무형문화라는 점에서 소중한 가치를 가진다. 특히 정조의 화성행차 결과보고서인 '원행을묘정리의궤'가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됨에 따라 이를 활용한 원형복원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사실 '원행을묘정리의궤'가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배경은 그 속에 실린 내용의 중요성 때문만이 아니라 오늘날 다시 복원할 수 있는 자료적 가치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원행을묘정리의궤'를 토대로 원형 복원을 추진한다면, 18세기 후반 조선 최고의 생활문화를 생생하게 복원하는 기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정조의 화성행차와 8일간 추진했던 각종 행사들 역시 그 자체가 역사체험의 장인 동시에 격조 있는 전통문화를 선보이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외에도 조선 후기 최고의 애민군주인 정조가 백성과 함께 한 능행차는 오늘날까지도 귀감이 될 수 있는 요소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 사료에 따르면 정조는 능행을 통해 상공업발달로 사회변동이 활발한 수원을 직접 방문해 사대부와 백성들의 사기를 북돋우고 갈등과 분쟁을 해결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실제 능행 시 백성들의 말을 직접 듣는 상언(上言)과 격쟁(擊錚)을 제도화했다. 정조의 능행 중에만 상언과 격쟁이 3천355건이 진행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최근 전통문화를 활용해 국민을 통합할 수 있는 축제문화의 발굴 필요성이 높아진 시점에서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런 점들에서 정조대왕의 능행차는 한국의 대표축제가 될 가능성이 높은 한편, 동시에 세계무형문화재로 등재될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정조대왕 능행차 총감독 인터뷰 그8

-그렇다면 정조대왕 능행차를 세계적인 축제로 만들려는 움직임도 있는 것인가.

"처음 공동으로 재현하는 만큼 올해는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복원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올해를 시작으로 점차 자리를 잡으면 세계무형문화재 등재 및 세계적인 축제로 거듭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 어떤 나라도 46㎞에 달하는 왕의 능행차를 원형 그대로 구현하지 못했다. 동원되는 인원과 말만 해도 각각 5천여명, 480필에 달한다. 대규모 행사로 손색없기에 몇 년 후에는 충분히 세계문화로 알려져 수원을 세계문화유산의 도시·글로벌 관광도시로 한 단계 성장시키는 데 한몫을 할 것이다."

-능행차 재현에 따른 효과,특히 수원에 어떤 효과를 줄 수 있는가.

"앞서 언급했듯이 큰 틀에서 ▲화성행차의 원형 복원을 통한 무형문화재 창출 ▲18세기 왕실행차의 복원을 통해 살아있는 역사체험과 교육장 제공 ▲전통문화에 의한 거리축제를 통해 지역 소통과 국민 통합에 기여 ▲세계문화유산 창덕궁과 화성에 대한 국내외적 관광 활성화 ▲애민정신 재인식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한국의 대표축제 정착으로 인한 국가 이미지 제고 등의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더구나 올해는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이 축성된 지 22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이다. 이와 함께 수원화성이 국내에서 31번째로 '수원화성 관광특구'로 지정됐다. 기존 관광특구와 다르게 이름을 붙인 것은 수원관광의 중심이 되는 수원화성을 부각 시키자는 시민 의견을 반영했다. 올해가 '2016 수원화성 방문의 해'인 만큼 수원화성에 더 많은 관광객이 보고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수원이 관광 선진도시로 격상될 수 있는 도약의 계기를 만들려고 한다. 지난 20여년 동안 수원시는 수원화성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복원사업을 추진해왔는데 이런 노력 덕분에 최근에는 연간 450만~500만명의 관광객이 수원 화성을 다녀가고 있다. 더 많은 관광객이 수원을 찾는다면 관광자원 확충과 외래 관광객 확대에 따른 일자리 창출 및 지역경제 활성화 역시 기대된다. 때문에 정조대왕 능행차 등으로 많은 관광객이 수원화성을 방문하도록 해 수원의 진면목을 부각시킬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관광산업의 진흥은 관광객의 방문과 소비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외에도 지역민들에게 자부심을 심어 삶의 모습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수원화성 관광특구와 방문의 해인 올해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 사업 등을 통해 수원시가 글로벌 관광도시로 도약해 다시 찾는 도시로 거듭나고, 궁극적으로는 지역민의 삶의 질도 향상되길 바란다. 이에 지역민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이 많은 참여를 부탁한다."

정조대왕 능행차 총감독 인터뷰 그6

◈곽선근 능행차 공동재현 경기지역 총감독은?

■약력


1962년 7월 25일생
경기대학원 범죄학 수료
1997년 ~ 현재 정훈커뮤니케이션 운영
2016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 경기지역 총감독

■주요활동

1996~2011년 수원화성문화제 정조대왕 능행차연시 총연출 (수원문화원)
2002~2011년 수원화성문화제 시민퍼레이드 총연출 (수원문화원)
1996~2010년 정조대왕 선발대회 총연출 (수원문화원)
1999~2003년 수원화성 수문장 교대의식 연출 (수원문화재단)
2004~2013년 정조대왕 능행차길 체험순례 총연출 (수원문화원)
2007~2011년 화성행궁상설한마당 (5년간 상설 정조대왕 능행차) 연출 (수원문화재단)
2002년 한·일 월드컵 32개국 만찬장 행사 연출 (월드컵조직위원회)
2009년 일본 아사이가와시 자매결연20주년 정조대왕 능행차연시 총연출(수원시)

글/황준성기자 yayajoon@kyeongin.com · 사진/하태황기자 hat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