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로비단체인 전미총기협회(NRA)가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를 공개 지지하기로 했다고 미 ABC방송 등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RA 산하 입법행동연구소의 크리스 콕스 소장은 이날 켄터키 주(州) 루이스빌에서 열린 총회에서 트럼프가 연설하기에 앞서 이같이 발표했다.

콕스 소장은 "지금은 뭉쳐야 할 때"라며 "만약 지지하던 후보가 경선에서 탈락했다면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연단에 올라 NRA가 한때 총기 규제를 지지했던 자신을 지지해 놀랐다면서 "여러분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2012년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밋 롬니의 경우 과거 무기 소유 금지를 지지한 전력 때문에 총기 소유 지지단체들로부터 의구심을 샀고, 이로 인해 NRA는 그해 10월까지도 그를 지지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이 같은 상황을 의식한 듯 본인이 총기소지 면허가 있으며 그의 두 아들도 총기를 많이 갖고 있다고 공공연히 자랑한 바 있다.

트럼프의 두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에릭 트럼프는 '총기 마니아'로 알려졌으며, 지난 2월에는 기자들을 초청해 꿩사냥 장면을 공개하는 등 사냥 인구의 표심을 겨냥한 '사냥쇼'를 벌이기도 했다.

미국 대선에서 사냥을 즐길 줄 아는 자질은 보수 유권자들이 후보 자격을 검증하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미국 보수층에서는 무기 소유를 합법화한 수정헌법 2조를 지지하는 이들이 많다.

트럼프는 이날 연설에서 지난해 12월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로스앤젤레스 동부 샌버너디노 총격 테러 사건을 언급, "만약 더 많은 사람이 총을 갖고 있었다면 (사건을) 피할 수도 있었다"며 총기 소유를 옹호했다.

그는 민주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겨냥해 "정직하지 않은 힐러리는 강력한 '총기 규제론자(anti-gun)'라며 "그가 대통령이 되면 여러분의 총을 빼앗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클린턴 전 장관이 미국민의 무기 소유를 합법화한 "수정헌법 2조를 폐지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집권 시 강력한 총기 규제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수정헌법 개정을 지지한 적은 없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트럼프가 한때 총기 규제를 옹호하는 발언을 하긴 했지만 NRA는 (경선 내내 총기 규제에 반대한) 트럼프가 클린턴보다는 나은 대안이라고 여겼다"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대통령이 된다면 또 일부 학교와 군 기지에 적용되고 있는 '총기 금지구역(gun-free zones)'을 없앨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