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다른 사람의 글을 들여다보는 것은 흥분되는 일입니다. 글에는 글쓴이들이 살아가고 있는 또 다른 우주와 세계가 있습니다. 그들의 또 다른 우주를 느끼면서 타인과 소통하고 교감하는 쾌감이 글 읽기에는 분명 존재합니다. 그래서 모든 글 읽기는 타인과의 소통이자 글 읽는 사람의 정신적 확장이라고 할 법합니다.
다소 거창한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어린이들의 글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어린이들의 생각과 감정이 생생하게 실려 있는 글들은 읽는 사람에게 소통과 교감의 쾌감을 줍니다. 어린이들의 생각과 감정이 생생하게 그려질수록 그 쾌감은 더 커지게 됩니다. 올해 본심에 올라온 글들도 분명 소통과 교감의 쾌감이 있는 글들이었습니다. 굳이 작년과 비교하자면, 산문들의 경우 분량이 더 늘어났고 시들의 경향은 더욱 다양해졌습니다. 해가 거듭될수록 글쓰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늘어난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어느 때보다 타인과의 소통과 교감에 대한 욕구가 커져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할 터입니다.
심사를 하면서 기억에 남았던 글들을 차근차근 언급해보고 싶습니다. 어린이들의 아름다운 감성을 담은 글들은 언제나 감동스럽습니다. 특히 할아버지, 할머니에 대한 사랑과 추억을 담은 글들이 눈에 띕니다. 조부모는 확실히 아이들에게 특별한 존재인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 생명을 만들어 준 분들이지만 육체적으로 약해져가거나 혹은 이미 돌아가신 분들을 통해 어린이들은 삶에 대한 초보적이지만 중요한 의미를 스스로 발견하기 때문입니다. 할아버지는 돌아가셨지만 할아버지가 심은 감나무를 바라보는 윤혜민(초은초) 어린이가 그러했고, 특별한 '친구(할아버지)'가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이건호(청람초) 어린이도 그러했습니다. 대상을 받은 현시영(가좌초) 어린이는 돌아가신 후 한 그루의 소나무가 된 할머니에게 말을 걸면서 삶과 가족의 의미에 대해 우리들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친구에 대한 어린이들의 포근한 마음씨도 감동적이었습니다. 어린이들은 친구를 통해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었습니다. 친구 없이는 못사는 양가인(주원초) 어린이, 동네 친구 민수가 더 없이 소중하다는 이창민(경인교대부설초) 어린이, 지훈이와의 특별한 우정을 말해준 박서원(서창초) 어린이, 친구가 건네준 사탕을 자꾸만 꺼내보는 전태희(상아초) 어린이, 죽어가는 흰동가리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한 임소린(명선초) 어린이들은 모두 친구들의 소중함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한 가족에 대한 사랑은 어린이들의 영원한 주제입니다. 김강유(만월초) 어린이의 시는 늘 공부하느라 애쓰는 누나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표현하고 있고, 역시 대상을 받은 송지은(부내초) 어린이의 글은 짧지만 아빠가 퇴근길에 사들고 온 봄꽃을 통해서 평온함 속에 가족이 함께 누리는 삶의 소소한 재미를 아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주의 깊은 관찰력으로 "봄꽃은 사람을 설레게 만드는 재주가 있어"라는 엄마의 말을 잘 포착한 송지은 어린이의 능력도 돋보입니다.
이밖에도 자연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언급한 글들도 있었고 역사 유적지를 세밀하게 묘사하고 소개한 글들도 흥미로웠습니다.
지면이 허락하는 대로 많은 글을 언급하고 싶지만 올해도 심사평을 이만 줄여야 할 듯합니다. 어린이들의 글을 보면서 늘 놀라운 것은 보고 겪고 느끼는 것들을 매우 의미 있는 체험으로 받아들이는 놀라운 감응력과 타인에 대한 선한 본성입니다. 어른들은 잃어버리고 있었던 마음의 감응력과 선함을 어린이들로부터 배워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잘 알려진 말이지만, 영국 시인 워즈워드의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란 말이 어느 때보다 울림 있게 다가오는 글쓰기 대회였습니다.
/노지승 인천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제14회 푸른 인천 글쓰기대회 수상작] 심사평
원고지에 묻어난 '아이들의 감응력과 선한 본성'
입력 2016-05-23 20:13
수정 2016-05-23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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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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