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1

일본풍·유럽풍이 기묘하게 뒤섞인 전근대적 미장센 연출
신인배우 김태리 전격 캐스팅 … 하녀 연기 흥행 좌우할듯


감독 : 박찬욱
출연 : 김민희, 김태리, 하정우, 조진웅
개봉일 : 6월 1일
스릴러·드라마 / 19세 관람가 / 144분

아가씨
비록 칸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박찬욱은 세계적으로 존재감이 충분한 감독이다. 그의 신작 '아가씨'는 7분 하이라이트 영상만으로 120개 국가에 선판매됐고, 칸 영화제 필름 마켓에서 55개 국가에 추가 판매돼 '설국열차'를 넘어 가장 많은 국가에서 상영되는 영화가 됐다.

그런 그는 영화의 견인차 역할을 맡을 배우로 작품경험이 고작 단편 하나 뿐인 신인 김태리를 선택했다. 하녀인 숙희 역만큼은 새로운 얼굴을 캐스팅하고 싶다는 취지였다. 당연히 대중의 우려가 뒤따랐다. '노출수위 합의 불가'라는 캐스팅 조건은 하녀의 이미지를 오로지 성적인 대상으로 오인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영화의 원작소설 '핑거스미스'와 다르지않게, 하녀는 극의 흐름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전설적 여도둑의 딸로 태어나 장물 거래소에서 소매치기 교육을 받으며 자란 하녀는 아가씨의 재산을 빼돌리기 위해 저택에 들어간다.

그러나 아가씨에게 인간적 연민을 느낀다. 하녀의 존재는 영화가 가진 심리적 갈등과 서스펜스 그 자체다. 극의 내레이션 역시 하녀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주연들의 열연도 하녀가 느끼는 내재적 갈등을 더욱 부각하는 역할을 한다. 아가씨 역의 김민희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다각도의 연기를 선보인다. 색과 표정, 목소리 등 그녀의 모든 것이 관객의 눈을 사로잡지만, 그런 '미친' 연기는 되레 엇갈리는 입장 속 하녀가 가질 부화뇌동을 변호할 뿐이다.

결국 영화의 흥행 성패는 하녀 김태리의 연기를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감독이 추구한 신선함은 명백히 드러나 있다. 낯선 얼굴이 주는 순진무구한 표정은 배우가 아니라 진짜 하녀인 듯 스크린에 자연스레 녹아들었고 , 부담감에 짓눌린 긴장된 연기는 배역의 특성과 편집으로 잘 감춰졌다.

또 한가지 눈길을 끄는 것은 영화의 배경이다. 감독이 일본풍과 유럽풍이 기묘하게 섞인 전근대적 미장센을 구현하기 위해 시대적 배경을 선택한 듯한 느낌이다. 그가 그간의 작품에서 서스펜스와 뇌쇄적 비주얼을 적절히 조화시켜 왔다면, 이번 작품은 퇴폐적이기까지 한 비주얼을 극한까지 강조했다.

영화는 과연 '청불'이란 말이 나올 만큼 시각적 요소와 극적 요소 모두 성인들을 위한 동화로 채워져 있다.

/권준우기자 junwoo@kyeongin.com · 사진/CJ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