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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25일 오후 일본 아이치(愛知)현 주부(中部)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아이치=연합뉴스
원폭 투하 후 71년만에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 히로시마(廣島)를 찾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동선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방문을 하루 앞두고 있음에도 원폭 투하지점 옆에 조성된 히로시마평화기념공원 내 위령비에 헌화하고, 짧은 메시지를 발표한다는 일정만 공표된 상태다.

예상을 하자면 지난달 11일 오바마에 앞서 평화기념공원을 찾은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의 동선이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들과 함께 움직인 케리는 원폭의 참상을 담은 사진과 유품 등이 전시된 원폭 자료관(히로시마평화기념자료관)을 참관하고 방명록에 서명한 뒤 희생자 위령비에 헌화한 다음 예정에 없던 원폭돔 시찰을 했다. 원폭 자료관과 위령비, 원폭돔은 일직선상에 있다.

교도통신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의 보도를 종합하면 오바마가 원폭 자료관 참관과 일본인 피폭자와의 대화 시간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케리의 동선을 참고해 예측하자면 오바마는 원폭 자료관을 둘러본 다음 위령비 헌화와 메시지 발표를 하고, 이들 일정의 전후 또는 도중에 일본인 피해자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원폭의 참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원폭 자료관 일정과 피폭자 면담 일정이 언론에 공개될지는 불확실해 보인다.

앞서 G7의 다른 나라 장관들과 함께 자료관을 참관한 케리는 그 민감성을 감안해 원폭 자료관내 동선은 취재진에 공개하지 않을 것을 일본 측에 요구했고, 그대로 관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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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동선. /연합뉴스
식민지 시절 강제 또는 자의로 일본에 건너간 조선인 중 약 2만 명이 히로시마 원폭에 희생된 만큼 한국민들은 오바마가 한국인 위령비를 찾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공원 안에 설치된 한국인 위령비는 오바마가 헌화할 위령비에서 걸어서 2분이면 갈 수 있기에, 가겠다는 마음만 먹으면 물리적인 어려움은 크지 않다.

한미일 3각 공조 복원을 위해 한일관계의 정상화를 중재하는데 힘써온 오바마 입장에서 한일 양국을 동시에 배려하는 차원에서 한국인 위령비를 방문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존재한다.

오바마의 헌화가 예정돼 있는 위령비에 한국인 희생자의 이름도 봉납돼 있긴 하지만 식민지와 원폭이라는 2중의 고난을 겪은 한국인 피해자들을 별도로 추도한다면 그것은 이번 방문이 일본의 과오에 대한 '면죄부 주기'가 아님을 보여주는 상징적 행보가 될 수 있다.

다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동행하는 만큼 오바마의 판단에 일본 정부의 의향이 반영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작년 8·15에 아베 총리가 발표한 전후 70년 담화에서도 조선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사실상 피해갔던 만큼 일본 측은 한국인 위령비 참배가 식민지배의 문제를 상기시킬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할 수 있을 전망이다. /도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