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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잊어버리자고
바다 기슭을 걸어보던 날이
하루
이틀
사흘

여름 가고
가을 가고
조개 줍는 해녀의 무리 사라진 겨울 이 바다에

잊어버리자고
바다 기슭을 걸어가는 날이
하루
이틀
사흘

-조병화(1921~2003)

시는 이렇게 역사가 되어 남는다. 인천 월미도 앞바다에서도 해녀들이 물질하고 조개 줍던 때가 있었다. 이제 인천의 도심에서는 바다 기슭이라고 말할 만한 데도, 해녀라는 말도 사라져 버렸다. 해방 후 인천, 그 추운 겨울. 시인은 주머니에서 소주병을 꺼내 강술을 마시면서 한 구절씩 토해냈다. 국민가곡 '그리운 금강산'의 작곡가 최영섭은 중학생 때 시인을 따라 인천 바닷가를 걷다가 이 시를 받아 적었다고 기억한다. 70여 년 전 인천의 살아 있는 바다 풍경이 자꾸만 아릿거린다.

/정진오기자 schil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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