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6일 늦은 밤, 수원시 행궁동 작은 식당에서 최동호 시인의 41대 한국시인협회 회장 취임을 축하하는 조촐한 모임이 열렸다. ┃사진
이날 축하연은 최 시인의 보통 제자들이 마련한 자리였다. 최 회장은 지난 2012년부터 자신의 고향과 이름을 건 '수원 남창동 최동호 시인 문학창작교실(이하 남창동 시창작교실)'을 개설했다.
귀향의 선언이었다. 남창동 시창작교실은 올해 8기 과정에 이르기까지 남창동 주민들이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최 회장과 인연을 맺은 문단의 쟁쟁한 현역들이 강의를 기부하는 형식을 고수하고 있다.
수강생 구성이 다양한 것은 이 때문. 행궁동 일대에서 삶을 영위하는 보통 사람들로부터 창작의지를 리모델링하려는 기성 작가들에 이르기까지 한데 어울려 시를 공부한다. 수강 밑천은 시를 사랑하는 마음이면 족하고, 시 앞에서 모두 평등한 학생일 뿐이다.
가난해도 풍족한 축하연이었다. 40여 명의 늙은(?) 제자들이 마련한 뜻밖의 잔치에 최 시인의 감동도 컸던 모양. "회장 선출된 지 2달이 다 돼가는데 오늘 참된 축하를 받게 돼 감사하다"고 말머리를 열었다. 부대찌개와 갈치조림은 졸아가고, 감자전은 식어가도 스승과, 그 못지 않은 연치의 제자들은 서로를 향한 헌사로 허기를 채웠다.
최 시인이 "고향 사람들과 시를 지으며 늙어갈 수 있어 행복하다"하니, 공직에 오래 머물렀다는 8기 대표 이규봉씨는 "저희에게 시를 제대로 만나게 해주어 감사하다"고 받았다.
동네 '슈퍼' 주인인 행궁동 주민대표 김광호 씨는 참석자들에게 연신 잔을 권하며 주연을 이끌었고, 곱게 연세드신 한 사모님은 반주 없는 축가를 자청해 흥을 돋웠다. 최 시인의 아내 김구슬 협성대교수, 김선향 시인, 우경주 시인, 서정화 시조시인, 한상록 시인 등이 자리를 끝까지 지켰다.
권성훈 경기대 교수는 "한강의 맨부커 상 수상은 우리 문단의 큰 경사"라면서 "시를 사랑하는 보통 사람들이 한국 시인협회 회장 축하연을 연 오늘 이 자리가 한국 문학 저변을 증명하는 작은 사건"이라는 총평을 남겼다.
/윤인수기자 isyo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