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전 남수단 축구대표팀과 인연 맺어
리우올림픽 조직위임원으로 선수단 입장
한국인의 '외국인 사랑' 꼭 전하고 싶어
독도 지킴이·나눔 끊임없이 이어갈 것
"얘들아 사진찍자, 나 초상권 없거든"
가수 김장훈은 동네 아저씨다.
동네꼬마들이 '김장훈이다'라고 외칠 때면 다가가서 사진을 함께 찍는다. 그러면서 손가락으로 작은 하트를 만들며 윙크를 한다. 연예인이라면 팬들의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고, 조심스러운 행동을 보여야 하는데 그는 그렇지 않다.
사람들의 의식을 즐기는 연예인 같다. 그런 김장훈이 오는 8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출전한다. 선수가 아닌 대표자격이란다. 그의 기막힌 올림픽 출전 사연을 들어보자.
지난달 23일 김장훈을 만났다. 그는 단정한 외모로 기자를 만나자마자 대뜸 이렇게 말했다. "인터뷰를 요청해주셔서 고맙습니다"고 말이다.
대부분의 연예인은 인터뷰를 요청하면 차일피일 미루기 일쑤다. 하지만 김장훈은 바로 인터뷰에 응했다. "인터뷰는 나를 전국에 알리는 중요한 시간입니다. 저는 인터뷰를 원하면 어디든지 달려갑니다." 동네 아저씨다운 말투다.
김장훈은 2년 전 내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 남수단을 돕기 위해 케냐에서 임흥세 남수단 축구대표팀 총감독을 만났다. 그는 그곳에서 새로운 나눔 프로그램을 계획했고, 지난 4월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그것은 바로 평화콘서트였다.
"2년 전 아프리카 돕기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케냐에 처음 갔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임흥세 남수단 축구대표팀 총감독님을 우연히 만나게 됐고, 내전으로 희망을 잃은 남수단 시민들에게 용기를 심어주고자 임 감독님과 뜻을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4월 9일 남수단의 수도 주바의 농구경기장에서는 김장훈의 평화콘서트가 열렸다. 당시 3천여 명의 시민이 이곳에 모여들었고, 김장훈은 '난 남자다', '내 사랑 내 곁에'에 이어 현지 뮤지션 오루파프와 함께 '아리랑'을 열창했다. 당시 분위기는 말 그대로 뜨거웠다.
"기온이 45도를 오르내리는 등 무더운 날씨였지만, 눈시울이 날 정도로 한국과 남수단의 화합된 축제 분위기였습니다. 정말 대단했지요. 하지만 저는 남수단 시민들에게 '이곳에 원조(Aid)하러 온 게 아니다'고 했습니다. 평화콘서트의 슬로건도 '전쟁을 멈춰라. 총을 내려놔라'로 정했습니다. 남수단에서 평화의 노래가 의미 있다고 생각했고, 콘서트 1주일 전부터 아프리카어(여러 부족에서 사용중인 언어를 합친 남수단어)로 노래를 배워 현지어로 불렀습니다. 저는 원조라는 말이 싫습니다. 지구촌은 한가족인데, 뭐가 필요하겠습니까."

김장훈이 이번에 콘서트를 연 것은 남수단 사상 첫 올림픽 출전을 응원하기 위해서였다. 오랜 내전 끝에 2011년 독립한 남수단은 2년 만에 다시 내전을 치르는 아픔을 겪었다. 이 신생국은 지난해 8월 '축구 선교사' 임흥세 축구대표팀 총감독의 도움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206번째 국가로 가입해 올림픽 참가 자격을 얻었다.
남수단올림픽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게 된 임 감독은 축구·농구·핸드볼·배구·탁구·육상·태권도·유도·권투 등 9개 종목 지역협회를 설립하고 서류를 꾸미는 등 남수단이 IOC 회원으로 가입하는 데 필요한 절차 대부분을 도맡았고, 마침내 성사시켰다.
임 감독에 대해 김장훈은 말 대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임 감독님은 정말 대단하신 분입니다. 아프리카에서도 가장 힘든 나라인 남수단에서 어느 날 갑자기 총에 맞을 수도 있는데, 축구를 통해 사람들에게 희망을 준다는 사실만으로 놀랍고 존경스럽습니다. 우리나라에 이런 분이 있다는 게 믿어지십니까."
김장훈과 임 감독의 남수단 사랑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이들은 서울시체육회의 도움과 자비를 들여 지난 5월 남수단올림픽위원회 소속 스포츠지도자 등 19명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 이어 5월 6일 프로야구 경기가 열린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특별한 애국가를 불렀다. 애국가에는 김장훈과 남수단 올림픽 국가대표 코치진이 함께했다.
"한국에서 지도자들을 남수단으로 파견하는 것은 비용적인 문제가 있어 한국으로 남수단 코칭스태프를 데려왔습니다. 남수단은 올해 리우 올림픽에 처음으로 참가하기 때문에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야구장을 방문했습니다. 저는 원래 두산 베어스 팬인데, 이날은 kt 프런트 분들이 잘 해주셔서 수원에서 부르게 됐습니다."
물론 남수단 지도자들도 애국가를 제창했다.
"연습할 시간은 없었는데, 후렴구를 따라 부르도록 영어로 철자를 맞췄지요. 그런데 앞 열에 서 있던 4명이 '무궁화 삼천리'를 불러야 하는 순간에 '동해 물과 백두산'을 부르는 게 아닙니까. 얼마나 웃겼는지. 무사히 애국가를 불러 다행스러웠습니다. 지도자들도 난생처음 야구장을 봤다는 점에서 매우 재미있어 하더군요."

임 감독과 김장훈은 2016년 리우올림픽의 개·폐막식에서 남수단 올림픽 조직위 임원으로 선수단과 함께 입장한다.
"연예인 최초로 다른 나라 임원으로 올림픽 개막식에 나간다는 점에 저도 놀라웠습니다. 모두 임 감독님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을 내서라도 꼭 올림픽에 참가할 것입니다. 대한민국 선수단 여러분께는 죄송스럽지만, 남수단 스포츠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이번 올림픽에 꼭 참가해 한국인의 외국인 사랑을 전파하겠습니다."
김장훈은 야구 마니아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야구 불모지인 아프리카에 야구장 건립과 장비후원, 지도자 파견에 대한 비전을 세우고, 앞으로 아프리카 전체에 대한민국 스포츠를 전파할 계획도 세웠다.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축구 뿐 만 아니라 야구도 아프리카에 전파하고 싶습니다. 후원자를 모색해 야구 인프라 구축을 서둘러 볼 생각입니다."
김장훈은 독특한 방식으로 사람들을 사귄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형님', '선배', '동생'이 아닌 모두를 '친구'로 부른다. "저는 사람들을 만날 때 나이를 따지지 않습니다. 누구든지 그 나라 말로 '친구'라는 표현을 합니다. 그래서 늘 외국어를 배울 때 친구라는 말부터 배웁니다."
물론 케냐에서도 그는 현지인과 소통하려고 노력했다.
"케냐에서도 꼬마 아이한테 '친구'라고 말했는데, 그 친구는 쓰레기장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그 친구와 조금 친해졌는데 쓰레기 속에서 빵을 찾아서 건네 주지 않겠습니까. 그것도 가장 큰 빵을 말이죠. 같이 간 사람들이 모두 말렸는데, 저는 그 친구의 성의를 봐서 먹었습니다. 질병이 있는 위험한 곳이었지만, 이래죽나 저래죽나 죽는 건 마찬가지라는 생각에 그냥 씹었지요."
앞으로 김장훈은 새로운 앨범과 독도지킴이, 기부천사도 계속 이어갈 생각이다.
"초심으로 돌아가서 소공연장에서 노래를 불러보고 싶습니다. 내년에 새 앨범을 들고 팬 여러분께도 찾아뵙겠습니다. 물론 독도지킴이와 나눔도 계속할 생각입니다. '당신들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준다면 저는 그걸로 만족합니다. 그리고 사진도 많이 찍어드릴 겁니다. 저는 초상권이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문화와 스포츠로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아프리카 전 지역에 보여주고 싶었다"는 김장훈. 뉴욕타임즈에 독도광고와 위안부 광고를 게재한 대한민국의 사나이. 그의 발걸음은 오늘도 대한민국을 위해 열심히 달린다.

■가수 김장훈
-경력
▲2015 바둑 홍보대사 ▲2014.06 코리아 승마 페스티벌 홍보대사 ▲2012.09 해양경찰 명예홍보대사 ▲2011.08 경희대 혜정박물관 홍보대사 ▲2011.06 나눔국민운동 홍보대사 ▲2011.04 경제총조사 홍보대사 ▲2009.09 세계소방관경기대회 홍보대사 ▲2008.05 반크 홍보대사 ▲2008.01 올림픽공원 홍보대사 ▲2007.12 세상을 밝게 만든 100인 선정
-수상
▲2013 국민훈장 동백장·하이원 서울가요대상 공연문화상 ▲2012 세종문화상 국제협력봉사부문·미국 대통령 자원봉사상·밝은사회클럽 세계평화봉사대상 연예인봉사부문 ▲2010 자랑스런 한국인 대상 나눔봉사부문·글로벌 피스 리더스 콘퍼런스 코리아 평화의 새 ▲2009 대한민국 나눔대상 통일부장관상·통일문화대상 화해협력부문·하이원 서울가요대상 공연문화상 ▲2008 잡지인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상·한국방송대상 가수상·촛불상 ▲2007 대한민국 국회대상 특별상·아산상 사회봉사상 ▲2002 기자들이 뽑은 2001년 최고의 선행 연예인
글/신창윤기자 shincy21@kyeongin.com · 사진/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지금 첫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