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지락 줍는 사람들
바르비종 마을의 만종 같은
저녁 종소리가
천도복숭아 빛깔로
포구를 물들일 때
하루치의 이삭을 주신
모르는 분을 위해
무릎 꿇어 개펄에 입 맞추는
간절함이여
거룩하여라
호미 든 아낙네들의 옆모습
-이가림(1943~2015)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땀을 흘리지 않고 손쉽게 돈을 버는 쪽에 더 신경을 쓰고는 한다. 노동이 신성하다는 말은 이제 통하지도 않게 되었다. 시인은 20여년 전 송도갯벌의 해질 녘 풍경을 성스러운 눈길로 포착했다. 노동이 종교만큼이나 신성하다는 메시지가 간절하다. 밀레(Millet)의 그 유명한 그림 '이삭 줍는 사람들'이나 '만종'을 떠올리게 한다. 아주 오래전부터 인천은 그런 땀내나는 삶의 터전이었다. 가족의 생계를 이어줄 약속의 공간이었다. 계속해서 그런 신성함이 물씬 풍겼으면 좋겠다.
/정진오기자 schil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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