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면 소녀들은 서로를 간절히 원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아니면 여전히 짜증과 미움으로 가득차 있을 수도 있다. 소녀들 앞에 있는 금은 배제와 나눔의 선이지만 지금은 마치 출발선처럼 보인다. 출발선을 넘어 또 어떤 관계를 맺어갈지는 온전히 소녀들의 몫이다.
'손님'으로 클레르몽페랑국제단편영화제 대상을 수상하고, '콩나물'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수정곰상을 수상한 윤가은 감독이 또 다시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우리들'을 장편 데뷔작으로 내놓았다. 열한 살 외톨이 선과 전학생 지아의 관계를 따라가는 '우리들'은 복잡 미묘한 소녀들의 세계를 사실적으로 담아낸다.
아이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은 어른의 입장에서 섣부르게 판단하고 규정하지 않는 감독의 태도에서 잘 드러난다. 감독은 집요한 관찰과 섬세한 시선으로 자신들의 세계를 지켜나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이들을 뒤쫓을 뿐이다.
영화의 후반부 친구가 때리면 너도 때리라고 다그치는 선을 향해 '그럼 언제 노냐'며 되묻는 동생 윤의 반전 같기도 하고 마법 같기도 한 질문은 세상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감독이 관객들을 향해 던지는 항변이자 화두이다. '우리들'이 관객들에게 남기는 화사한 감동의 여운은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배우들의 연기는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따돌림 받는 아이 선을 연기한 최수인과 전학생 지아 역의 설혜인은 복잡한 감정의 선을 따라가며 놀라운 연기를 선보인다. 맑고 투명한 얼굴에 어리는 감정의 변화는 몇 마디 대사보다 더욱 호소력 있다.
선의 동생 윤을 연기한 강민준 역시 관객의 시선을 붙잡는다. 아이들의 연기를 이렇게까지 끌어낼 수 있는 감독의 역량이 놀랍다. '우리들'은 체코에서 개최된 제56회 즐린 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이대연 영화평론가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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