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부터 하루 1만t 넘게 방류
농민들 민원도 10여년전부터 제기
전뜰천 물 사용한 논 대다수 피해
지하수 등 대체 용수 확보 어려워
SK하이닉스의 폐수가 섞인 농업용수로 인해 벼가 뿌리부터 썩어 말라죽는 황폐화현상이 속출(경인일보 6월 27일자 1면 보도)하자 경기도가 진상규명에 나섰다. 도는 SK하이닉스의 폐수관리 시스템을 총괄 점검하고 폐수성분 분석을 위한 시료를 채취해 도 보건환경연구원에 오염도 등 17가지 이상 관련 검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27일 도와 이천시에 따르면 도는 27일 이천 SK하이닉스의 폐수 방류구를 방문해 황폐화현상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 폐수 일부를 채취하고 토양 등 각종 관련 검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도는 검사결과에 따라 대체 수자원 개발, 행정처분 등 후속조치를 이어갈 방침이다. 일반적으로 결과가 나오기까진 10일가량 소요된다.
이에앞서 전뜰천 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아미리 농민들은 십수 년 전부터 논 황폐화에 대한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농민들은 10여년 전부터 황폐화현상을 빚고도 대체 수자원을 확보할 방법이 없어 피해를 감수하며 폐수섞인 물로 농사를 지은 것으로 확인됐다.
아미리의 한 농민은 "자체 관정을 파서 지하수를 이용해 농사짓는 논에서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지만, 전뜰천 물을 쓰는 논에서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십수년째 이같은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고, 또 다른 농민은 "발생하는 시기와 정도만 다를 뿐이지 1990년대 말부터 이런 증상이 매년 발생했다"고 했다.
실제로 SK하이닉스가 폐수를 방류하는 곳에서 150m가량 떨어진 지점의 논에서 농사를 짓던 농민들은 2~4년 전부터, 200m가량 떨어진 논의 농민은 올해부터 농사를 포기했다. 이 같은 증상은 500m가량 떨어진 곳에서도 나타난 것으로 알려져 이천시는 사실상 전뜰천 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한 논은 모두 피해를 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천시 관계자는 "SK하이닉스 폐수가 문제일 것이라는 추측은 했지만, 확실한 증거를 찾지 못해 조치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래픽 참조
또한 SK하이닉스가 전뜰천에 폐수를 방류한 것은 지난 1997년이어서 농민들의 주장에도 무게중심이 실린다는 것이 도의 설명이다. 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지난 1997년부터 전뜰천에 하루평균 1만5천~1만8천t의 폐수를 방류하고 있어 1990년대 말부터 전뜰천 물의 구성이 달라진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에 안전한 농업용수를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주변 여건상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김계훈 서울시립대 환경원예학과 교수는 "대체수자원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라면서도 "상류에서 물을 끌어다 쓰는 방법이 있지만, SK하이닉스의 폐수 방류구가 전뜰천의 시작점이라 불가능하고 자기 관정을 파서 지하수를 쓰는 방법도 지반 구조상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TMS(tele monitoring system)를 통해 실시간 검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법적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방류되는 폐수는 법적 기준을 철저히 준수했으며 이는 TMS 검사 기록을 봐도 확인할 수 있다"며 "십수년 전부터 문제가 생겼다면서 왜 이제야 문제 삼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자체조사를 실시해 문제없음을 입증하겠다"고 말했다.
/전시언기자 coo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