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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찾는 비장한 결심 '깜박' 폭소
기억상실증 '가족愛' 매개체 변모
바닷물 점도·명암 완벽구현 '생생'


감독 : 앤드류 스탠튼
출연 : 렌 드제너러스, 헤이든 롤렌스
개봉일 : 7월 7일
애니메이션·모험 / 전체 관람가 / 97분

뜨거운 여름에 찾아온 쿨한 애니메이션 '도리를 찾아서'는 바다 깊은 곳과 해변을 주 무대로 한 물고기들의 모험 이야기. 시원한 화면만으로도 피서를 온 듯한 대리만족을 선사한다.

그래서일까. 지난 17일 미국 시장에서 먼저 개봉한 '도리를 찾아서'의 흥행성적이 심상찮다. 전작 '니모를 찾아서'의 흥행 덕이라는 설명으론 부족하다. 영화는 1억3천600만달러라는 오프닝 성적으로 '니모를 찾아서'의 오프닝 성적인 7천만 달러의 2배에 가까운 수치를 기록하며 '슈렉3'가 갖고 있던 역대 애니메이션 흥행 기록 1위를 갈아치웠다.

전체 관람가답게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밝음과 바름, 활기참을 계속 유지한다. 단기 기억상실증을 갖고 있는 도리가 어린 시절 헤어진 부모를 찾아 떠나는 모험 이야기지만 영화에는 그 흔한 악역 하나 없다. 도리는 이른바 '3초 기억력'의 소유자로 눈알 한 번 굴리는 새 방금 한 이야기도 까먹는 모습을 보이며 관객들에게 웃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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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한 마음으로 부모를 찾아 떠나기로 결심했다가 금세 자신이 왜 떠났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도리의 모험이 진지할 리 없다. 그러나 부모를 찾아가는 과정이 이어질수록 웃음의 소재로만 느껴지던 단기 기억 상실은 추억의 편린에 따라 떠오르는 기억이 액자식으로 구성되며 가족의 사랑을 느끼게 하는 매개체로 바뀌어간다.

여기에 더해 실사인 듯 현실적으로 묘사한 바다와 개별 특징이 생생히 살아있는 바다 생물들은 극의 몰입도를 더욱 배가 시킨다. 제작진은 스튜디오에 수조를 들여놓고 실제 물고기의 움직임과 영화 속 캐릭터를 비교해가며 현실감을 높였다.

또 주 배경이 되는 바닷물의 점도와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 명암, 그에 맞춘 색을 구현하기 위해 촬영마다 다른 종류의 렌즈를 활용해가며 실제 바다를 생생히 구현했다.

하지만 이런 기술적 구현보다 더욱 관객의 마음을 끄는 건 디즈니 특유의 가족적 연출력이다. 기억상실로 부모의 존재조차 잊은 채 수년을 살아간 도리에게 부모와의 만남은 심층심리 속에 내재된 그리움을 해소하는 계기임과 동시에 '부모가 혹시 나를 잊은 것 아닐까'라는 두려움의 영역이기도 하다.

감독은 이 두 가지 본성이 가진 딜레마를 최선의 연출력으로 융합시키며 관객에게 제대로 된 감동을 전달한다.

/권준우기자 junwoo@kyeongin.com· 사진제공/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