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 높으면 벼가 물 흡수못해
市 원인규명 기회 놓쳐버려
몰랐던 농민들 방류수 사용
결국 벼 메말라 농사포기 피해
더구나 국내에서 가장 많은 폐수를 방류하는 공장 중 하나인 SK하이닉스가 위치해 있어 환경부는 복하천에 상대적으로 완화된 경보기준치를 적용하고 있었다. ┃일지 참조
30일 환경부 등에 따르면 한강유역환경청은 지난 2014년 복하천 하류에 수질자동측정소를 설치하고 시범 운영하기 시작했다. 지난 2013년 복하천이 지방하천에서 국가하천으로 상향됨에 따른 후속조치였다.
하천별 경보기준은 시범운영하는 기간 동안 정하게 되는데, 복하천의 경보기준치는 용존산소(DO) 4.0㎎/ℓ이상, 전기전도도(EC) 1천200μS/㎝ 이상, 총 질소(TN) 11.0㎎/ℓ 이상 등으로 남한강내 측정소 11곳 중 가장 관대하다. 특히 인근 지역인 여주에 비해서도 EC는 4배, TN은 3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전뜰천과 죽당천을 따라 SK하이닉스의 폐수가 유입되는 복하천은 오염물질 측정항목 및 경보기준이 다른 하천에 비해 완화돼 경보가 울리면 수질오염이 상당한 수준이라는 것이 환경부의 설명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시범 운영기간 동안 복하천의 측정항목과 경보기준을 설정하는데, 복하천은 SK하이닉스의 폐수가 다량으로 유입돼 경보기준치가 다른 하천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복하천은 지난해 3월 31일 DO 6.5㎎/ℓ, EC 1천227μS/㎝, 6월 4일 DO 6.5㎎/ℓ, EC 1천213μS/㎝로 각각 기준치를 초과해 '관심'경보가 울렸다.
이에 한강유역환경청은 곧장 이천시에 공문을 보내고 자체조사에 나섰지만, 이천시의 무대응으로 이와 같은 사실을 전달받지 못한 농민들은 복하천으로 유입되는 폐수섞인 물을 그대로 농업용수로 사용했다.
"EC가 높으면 삼투압 현상으로 인해 벼가 물을 흡수할 수 없다"는 경기도 농업기술원과 전문가들의 분석이 환경부 검사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아미리의 한 농민은 "십수년 째 물에 문제가 있다고 의심하는 상황에서 이천시의 안내가 있었으면 전뜰천 물을 다른 물과 섞어 사용하는 등의 방법을 찾았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이천시가 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놓쳤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기도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물은 시간이 지나면 금방 변하기 때문에 확인 즉시 정밀검사를 해야 정확한 원인을 알아낼 수 있다"며 "(이천시가) 피해가 발생한 뒤 즉각적인 반응을 했다면 논 전체가 황폐화되는 것은 막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시언기자 cool@kyeongin.com